계수님께
겨울 준비를 하느라고 비닐을 쳐서 바람창을 막고 작업장에 칸막이를 하는 등
서툰 목수일을 하다가 망치로 검지손가락을 때려 하는 수 없이 손톱 한 개를 뽑았습니다.
언젠가의 계수님의 여름처럼 불편한 한 주일이 될 것 같습니다.
손가락의 아픔보다는 서툰 망치질의 부끄러움이 더 크고,
서툰 솜씨의 부끄러움보다는 제법 일꾼이 된 듯한 흐뭇함이 더 큽니다.
더러 험한(?) 일을 하기도 하는 징역살이가 조금씩 새로운 나를 개발해줄 때
나는 발 밑에 두꺼운 땅을 느끼듯 든든한 마음이 됩니다.
형님, 형수님 오셔서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짧은 시간에 많은 이야기, 작은 가방에 많은 물건을 넣은 듯 두서 없긴 하지만 창문 하나 더 열어준 셈은 됩니다.
생남(生男)을 축하합니다.
낳을까 말까, 낳을까 말까 하다 태어난 놈이라 필시 대단한 녀석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1981. 11. 19. 申榮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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