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아/시 1484

[비망록] -문정희- 남을 사랑하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남보다 나를 더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가난한 식사 앞에서 기도를 하고

[비망록]-문정희-남을 사랑하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남보다 나를 더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가난한 식사 앞에서기도를 하고밤이면 고요히일기를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구겨진 속옷을 내보이듯매양 허물만 내보이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사랑하는 사람아너는 내 가슴에 아직도눈에 익은 별처럼 박혀 있고나는 박힌 별이 돌처럼 아파서이렇게 한 생애를 허둥거린다

모리아/시 2024.12.30

[끄트머리] -고증식- 끄트머리라는 말 참 좋지요 한 생을 접고 또 다른 시작에 고리를 거는 끄트머리에는 왠지 모를 한숨과 안도와 긴장의

[끄트머리]-고증식-끄트머리라는 말 참 좋지요한 생을 접고또 다른 시작에 고리를 거는끄트머리에는 왠지 모를한숨과 안도와 긴장의굵은 땀방울 묻어 있지요아시잖아요섣달 끝자락에 새해는 움트고은퇴의 끝자락에서새로운 시작은 열린다는 거그런데 그런데요매 순간이 시작이거나매 순간이 끝인둥근 끄트머리는 어떨는지요

모리아/시 2024.12.29

[마지막도 함께 할 수 있는 사랑을 위하여] -이동식- 하나는 남고 하나는 떠나가는 모습을 남기려면 우리 사랑하지 말자..

[마지막도 함께 할 수 있는 사랑을 위하여]-이동식-하나는 남고하나는 떠나가는 모습을 남기려면우리 사랑하지 말자외롭지 않기 위한 만남이오히려 더 외로워지기 위한 이별이라면우리 사랑하지 말자마주 바라보고 웃는 환한 웃음이언젠가 등지고서 흘릴 눈물이라면우리 사랑하지 말자시작은 함께 했지만마지막은 함께 할 수 없는 사랑이라면우리 사랑하지 말자시작도 함께 했듯이마지막도 함께 할 수 있는 사랑이 되었을 때 그때서야 우리 사랑하도록 하자

모리아/시 2024.12.28

[빛의 혁명] -박노해- 어둠이 가장 길고 깊은 동짓날 달과 태양 사이로 샛별이 뜨고 먼 데서 바람이 바뀌어 분다

[빛의 혁명]-박노해-어둠이 가장 길고 깊은 동짓날달과 태양 사이로 샛별이 뜨고먼 데서 바람이 바뀌어 분다 그래, 이제부터 빛이 길어지기 시작한다 아직은 얼어붙은 한 겨울아직은 어둠의 세력이 준동하지만이미 봄은 마주 걸어오고 있다 절정에 달한 악은 빛을 위해 물러난다 우리가 우금치 동학군이다우리가 3.1만세 유관순이다우리가 광주의 시민군이다 우리는 그 모든 역사이자 미래이다 나라가 위기에 처한 지금,우리는 가장 앞서 새벽별로 빛난다우리는 나를 살라 사랑으로 빛난다 우리는 지금 빛의 혁명을 써나가고 있다 우리는 선의 전위다우리는 빛의 연대다우린 이미 봄의 희망이다

모리아/시 2024.12.27

[약력] -나호열- 그리움으로 피었다 지는 꽃 살아온 흔적 중에 빛나는 일만 적으라 하네 높은 지위 남에게 자랑하여 고개숙일만한 일 들을

[약력]-나호열-그리움으로 피었다 지는 꽃살아온 흔적 중에 빛나는 일만 적으라 하네높은 지위남에게 자랑하여 고개숙일만한 일들을요약해서 적는 것이 약력이라네나이 들면서 자꾸 뒷 쪽을 바라보는 것은덧셈보다 뺄셈에 능숙해지는 바람을 닮아가기 때문이라네바람이라고 적을 수는 없네떠돌이였다고 말할수는 없네태어난 그날부터 지금까지먼지처럼 쌓였다 사라져버린그 수많은 날들을나는 축약할 수 없다기억나지 않으나밥 먹고 잠들었던잠들었다 부시시 깨어나던 동물의 날들을나는 버릴 수가 없다나는 약력을 쓰네꿈이 꿈인 줄 모르고꿈속에서 헤매다가꿈속에서 죽어서도죽은 것인지조차 모르는 사람이라고한마디로 줄여서 약력을 쓰네

모리아/시 2024.12.26

[아기 예수 나심] -박두진- 오늘도 아기는 오시네 눈이 내리는 마을에 오시네. 우리들 오늘 누구나 스스로의 삶의 의미 스스로가 모르는

[아기 예수 나심]-박두진-오늘도 아기는 오시네눈이 내리는 마을에 오시네.우리들 오늘 누구나스스로의 삶의 의미 스스로가 모르는흔들리는 믿음과 불확실한 소망사람이 그 말씀대로사랑할 줄 모름으로 불행한 이 시대어둡고 외로운 쓸쓸한 영혼을 위해서 오시네.오늘도 아기는 오시네눈이 내리는 마을에 오시네.우리들 오늘 이 세계눌린 자와 갇힌 자빈곤과 질병과 무지에 시달리는 자심령이 가난하고 애통하는 자진리와 그 의를 위해 피 흘리는 자마음이 청결하고 화평케 하는 자를 위해 오시네.오늘도 아기는 오시네눈이 내리는 마을에 오시네.그 십자가우릴 위해 못 박히신 나무틀의 고난사랑이신 피 흘림의 영원하신 승리죽음의 그 심연에서 부활하신 승리성자 예수 그리스도 우리들의 구세주베들레헴 말구유에 오늘 오시네.

모리아/시 2024.12.25

어두워지기 전에 - 한 강 - 어두워지기 전에 그 말을 들었다. 어두워질 거라고. 더 어두워질 거라고. 지옥처럼 바싹 마른 눈두덩을

어두워지기 전에- 한 강 -어두워지기 전에그 말을 들었다.어두워질 거라고.더 어두워질 거라고.지옥처럼 바싹 마른 눈두덩을너는 그림자로도 문지르지 않고내 눈을 건너다봤다.내 눈 역시바싹 마른 지옥인 첫처럼.어두워질 거라고.더 어두워질 거라고.(두려웠다.)두렵지 않았다.

모리아/시 2024.12.25

절벽가(絶壁歌) - 박두진 절벽이 아니라 무너져 내리는 별들이네..

절벽가(絶壁歌) - 박두진절벽이 아니라 무너져 내리는 별들이네.별들이 아니라 서서 우는 절벽들이네.별들이 별들 위에절벽이 절벽 위에 있네.절벽이 절벽 아래에도 있네.절벽이 절벽 앞에, 절벽 뒤에,절벽이 절벽 안에도 있네절벽은 절벽끼리 손을 서로 닿지 않네.절벽은 절벽끼리 말을 서로 할 수 없네.절벽이 절벽끼리 눈을 서로 가리우네.절벽이 절벽끼리 귀를 서로 가리우네.절벽이 절벽끼리 입을 서로 막네.절벽들의 햇불을 절벽들이 못 보네.절벽들의 절규를 절벽들이 못 듣네.절벽은 스스로사랑의 뜨거움을 말하지 않네.절벽은 그 외로움절벽은 그 분노절벽은 그 내일에의 절망을 말하지 않네.절벽의 가슴속엔 쏟아지는 별의 사태,절벽들의 가슴속엔 피와 꿈의 비바람,절벽들의 가슴속엔 펄펄 꽃..

모리아/시 2024.12.25

[흡족한 인연] -주혜정- 가슴을 열어 놓고 언제나 만나고픈 해맑은 인연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소한 오해들로 등 돌리지 않고 오랜 시간동안

[흡족한 인연]-주혜정-가슴을 열어 놓고언제나 만나고픈해맑은 인연이었으면좋겠습니다사소한 오해들로등 돌리지 않고오랜 시간동안 함께할 수 있는 고운 인연이었으면좋겠습니다같은 눈으로 같은 마음으로같이 볼 수 있는 소중한마음인연이었으면 좋겠습니다무언가 기대하기보다는주어도 아깝지 않을우리들의 순수한 인연이었으면 좋겠습니다서로를 소중하게여기며 서로의 영혼을감싸 안을 줄 아는너그러운 인연이었으면 좋겠습니다그리고 먼 훗날 그것이아주 먼 훗날 그것이희망이고 생명이었고행복한 사랑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모리아/시 2024.12.23

[우리가 어느 별에서] -정호승- 우리가 어느 별에서 만났기에 이토록 서로 그리워하느냐 우리가 어느 별에서 그리워하였기에

[우리가 어느 별에서]-정호승-우리가 어느 별에서 만났기에이토록 서로 그리워하느냐우리가 어느 별에서 그리워하였기에이토록 서로 사랑하고 있느냐사랑이 가난한 사람들이등불을 들고 거리에 나가풀은 시들고 꽃은 지는데우리가 어느 별에서 헤어졌기에이토록 서로 별빛마다 빛나느냐우리가 어느 별에서 잠들었기에이토록 새벽을 흔들어 깨우느냐해 뜨기 전에가장 추워하는 그대를 위하여저문 바닷가에 홀로사람의 모닥불을 피우는 그대를 위하여나는 오늘밤 어느 별에서떠나기 위하여 머물고 있느냐어느 별의 새벽길을 걷기 위하여마음의 칼날 아래 떨고 있느냐

모리아/시 2024.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