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아/시 1415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 윤동주 -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물어볼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 윤동주 -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물어볼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을 사랑했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가벼운 마음으로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많은 사람을 사랑하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열심히 살았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맞이하고 있는 하루하루를 온 힘을 다하며 살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 일이 없었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도록 사람들을 상처 주는 말과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삶이 아름다웠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기쁘게 대답할 수 있도록 내 삶의 날들..

모리아/시 2024.10.23

[풀잎 소곡] -문덕수- 내사 아무런 바람이 없네 그대 가슴속 꽃밭의 후미진 구석에 가녀린 하나 풀잎으로 돋아나 그대 숨결 끝에 천년인 듯

[풀잎 소곡] -문덕수- 내사 아무런 바람이 없네 그대 가슴속 꽃밭의 후미진 구석에 가녀린 하나 풀잎으로 돋아나 그대 숨결 끝에 천년인 듯 살랑거리고 글썽이는 눈물의 이슬에 젖어 그대 눈짓에 반짝이다가 어느 늦가을 자취없이 시들어 죽으리 내사 아무런 바람이 없네 지금은 전생의 숲속을 헤매는 한 점 바람 그대 품속에 묻히지 못한 씨앗이네

모리아/시 2024.10.23

[그리하여 어느 날, 사랑이여]

[그리하여 어느 날, 사랑이여] -최승자- 한 숟갈의 밥, 한 방울의 눈물로 무엇을 채울 것인가, 밥을 눈물에 말아 먹는다 한들. 그대가 아무리 나를 사랑한다 해도 혹은 내가 아무리 그대를 사랑한다 해도 나는 오늘의 닭고기를 씹어야 하고 나는 오늘의 눈물을 삼켜야 한다. 그러므로 이젠 비유로써 말하지 말자 모든 것은 콘크리트처럼 구체적이고 모든 것은 콘크리트 벽이다. 비유가 아니라 주먹이며, 주먹의 바스라짐이 있을 뿐, 이제 이룰 수 없는 것을 또한 이루려 하지 말며 헛되고 헛됨을 다 이루었도다고도 말하지 말며 가거라, 사랑인지 사람인지, 사랑한다는 것은 너를 위해 죽는 게 아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너를 위해 살아, 기다리는 것이다. 다만 무참히 꺾여지기 위하여. 그리하여 어느 날 사랑이여, 내 몸을 분..

모리아/시 2024.10.22

한 사람을 사랑했네1 -이정하- 삶의 길을 걸어가면서 나는, 내 길보다 자꾸만 다른 길을 기웃거리고 있었네

[한 사람을 사랑했네1] -이정하- 삶의 길을 걸어가면서 나는, 내 길보다 자꾸만 다른 길을 기웃거리고 있었네 함께한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로 인한 슬픔과 그리움은 내 인생 전체를 삼키고도 남게 했던 사람 만났던 날보다 더 사랑했고 사랑했던 날보다 더 많은 날들을 그리워했던 사람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다 함께 죽어도 좋다 생각한 사람 세상의 환희와 종말을 동시에 예감케 했던 한 사람을 사랑했네 부르면 슬픔으로 다가올 이름 내게 가장 큰 희망이었다가 가장 큰 아픔으로 저무는 사람 가까이 다가설 수 없었기에 붙잡지도 못했고 붙잡지 못했기에 보낼 수도 없던 사람 이미 끝났다 생각하면서도 길을 가다 우연히라도 마주치고 싶은 사람 바람이 불고 낙엽이 떨어지는 날이면 문득 전화를 걸고 싶어지는 한 사람을 사랑..

모리아/시 2024.10.21

[조금은 아픈] -김용택- 가을은 부산하다 모든 것이 바스락거린다 소식이 뜸할지 모른다 내가 보고 싶고 궁금하거든 바람이는 풀잎을 보라..

[조금은 아픈] -김용택- 가을은 부산하다 모든 것이 바스락거린다 소식이 뜸할지 모른다 내가 보고 싶고 궁금하거든 바람이는 풀잎을 보라 노을 붉은 서쪽으로 날아가는 새떼들 중에서 제일 끝에 나는 새가 나다 소식은 그렇게 살아 있는 문자로 전한다 새들이 물가에 내려 서성이다가 날아올라 네 눈썹 끝으로 걸어가며 울 것이다 애타는 것들은 그렇게 가을 이슬처럼 끝으로 몰리고 무게를 버리고 온몸을 물들인다 보아라! 새들이 바삐 걸어간 모래톱, 조금은 아픈 깊게 파인 발톱자국 모래들이 허물어진다 그게 네 맨살에 박힌 나의 문자다

모리아/시 2024.10.19

[가을비를 맞으며] -용혜원- 촉촉히 내리는 가을비를 맞으며 얼마만큼의 삶을 내 가슴에 적셔왔는가 생각해본다 열심히 살아가는 것인가!!

[가을비를 맞으며] -용혜원- 촉촉히 내리는 가을비를 맞으며 얼마만큼의 삶을 내 가슴에 적셔왔는가 생각해본다 열심히 살아가는 것인가!! 언제나 마음 한구석에 허전한 마음으로 살아왔는데 훌쩍 떠날 날이 오면 미련없이 떠나버려도 좋을 만큼 살아 왔는가 봄비는 가을을 위하여 있다지만 가을비는 무엇을 위하여 있는 것일까 싸늘한 감촉이 인생의 끝에서 서성이는 자들에게 가라는 신호인 듯 한데 온몸을 적실 만큼 가을비를 맞으면 그때는 무슨 옷으로 다시 갈아입고 내일을 가야 하는가

모리아/시 2024.10.18

漢拏山 -문충성- 항시 먼 별빛 그리움에 이마 높푸르다 숱한 폭풍우 가슴에 재우고 잠들지 못하는 눈까풀들 발밑에 차곡차곡 쌓아 놓자니

[漢拏山] -문충성- 항시 먼 별빛 그리움에 이마 높푸르다 숱한 폭풍우 가슴에 재우고 잠들지 못하는 눈까풀들 발밑에 차곡차곡 쌓아 놓자니 萬象이 내게로 이르는구나 이제 나는 충분히 자유롭다 별을 헤아려 노래 부르게 하고 새들을 날려 하늘 깊숙히 되돌아오게 하는 법을 안다 지친 나무들 여기저기 모아 숲을 이루게 한다 허물을 벗지 못한 벌레들 흙 속에서 눈 뜨게 하고 노래하게 한다 나의 젖무덤은 바다에 닿는다, 파랗게 땀 흘려온 忍苦의 세월 눈물겹게 나는 출렁이는 법을 바다에게 가르쳐 준다 해 뜨는 밤과 지새는 낮 자애로 터지는 고요함도 허물어지는 파란 하늘의 넓이

모리아/시 2024.10.17

바닷가에서 -이해인- 오늘은 맨발로 바닷가를 거닐었습니다 철석이는 파도 소리가 한 번은 하느님의 통곡으로 한 번은 당신의 울음으로

[바닷가에서] -이해인- 오늘은 맨발로 바닷가를 거닐었습니다 철석이는 파도 소리가 한 번은 하느님의 통곡으로 한 번은 당신의 울음으로 들렸습니다 삶이 피곤하고 기댈 대가 없는 섬이라고 우리가 한 번씩 푸념할 적마다 쓸쓸함의 해초도 더 깊이 자라는 걸 보았습니다 밀물이 들어오며 하는 말 감당 못할 열정으로 삶을 끌어안아 보십시오 썰물이 나가면서 하는 말 놓아 버릴 욕심들을 미루지 말고 버리십시오 바다가 모래 위에 엎질러 놓은 많은 말을 다 전할 순 없어도 마음에 출렁이는 푸른 그리움을 당신께 선물로 드릴게요 언젠가는 우리 모두 슬픔이 없는 바닷가에서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로 춤추는 물새로 만나는 꿈을 꾸며 큰 바다를 번쩍 들고 왔습니다

모리아/시 2024.10.16

세상의 모든 뿌리는 젖어 있다 -강연호- 문득 떨어진 나뭇잎 한 장이 만드는 저 물 위의 파문, 언젠가 그대의 뒷모습처럼

[세상의 모든 뿌리는 젖어 있다] -강연호- 문득 떨어진 나뭇잎 한 장이 만드는 저 물 위의 파문, 언젠가 그대의 뒷모습처럼 파문은 잠시 마음 접혔던 물주름을 펴고 사라진다 하지만 사라지는 것은 정말 사라지는 것일까 파문의 뿌리를 둘러싼 동심원의 기억을 기억한다 그 뿌리에서 자란 나이테의 나무를 기억한다 가엾은 연초록에서 너무 지친 초록에 이르기까지 한 나무의 잎새들도 자세히 보면 제각기 색을 달리하며 존재의 경계를 이루어 필생의 힘으로 저를 흔든다 처음에는 바람이 나뭇잎을 흔드는 줄 알았지 그게 아니라 아주 오랜 기다림으로 스스로를 흔들어 바람도 햇살도 새들도 불러 모은다는 것을 흔들다가 저렇게 몸을 던지기도 한다는 것을 기억한다, 모든 움직임이 정지의 무수한 연속이거나 혹은 모든 정지가 움직임의 한순..

모리아/시 2024.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