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벽가(絶壁歌)
- 박두진
절벽이 아니라 무너져 내리는 별들이네.
별들이 아니라 서서 우는 절벽들이네.
별들이 별들 위에
절벽이 절벽 위에 있네.
절벽이 절벽 아래에도 있네.
절벽이 절벽 앞에, 절벽 뒤에,
절벽이 절벽 안에도 있네
절벽은 절벽끼리 손을 서로 닿지 않네.
절벽은 절벽끼리 말을 서로 할 수 없네.
절벽이 절벽끼리 눈을 서로 가리우네.
절벽이 절벽끼리 귀를 서로 가리우네.
절벽이 절벽끼리 입을 서로 막네.
절벽들의 햇불을 절벽들이 못 보네.
절벽들의 절규를 절벽들이 못 듣네.
절벽은 스스로
사랑의 뜨거움을 말하지 않네.
절벽은 그 외로움
절벽은 그 분노
절벽은 그 내일에의 절망을 말하지 않네.
절벽의 가슴속엔 쏟아지는 별의 사태,
절벽들의 가슴속엔 피와 꿈의 비바람,
절벽들의 가슴속엔 펄펄 꽃이 지네.
어디에나 홀로 서서 절벽들이 우네.
Bild: He Qi, China: Ankündigung der Geburt Jes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