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위하여 -김초혜- 슬플 때는 슬픔에 잠기어 슬픔을 잊습니다 적막할 때는 적막에 들어 적막을 잊습니다 몸살의 뜨거움에 타던 생각도.. 시간을 위하여 - 김초혜 - 슬플 때는 슬픔에 잠기어 슬픔을 잊습니다 적막할 때는 적막에 들어 적막을 잊습니다 몸살의 뜨거움에 타던 생각도 잊어버리자 앓은 신열도 아득하게 빛나던 추억도 고요한 숨결 속에서 닻을 내리고 있습니다 삶의 긴 길에서 허리가 구부러지고 마음의 끈이 끊어져 나날이 어두워져 가도 시간은 모두가 보석입니다 모리아/길 2024.08.30
단단한 걸음으로 단단한 걸음으로 박노해 단단한 길을 걸어라 나만의 길을 걸어라 멀고 높고 힘든 길을 꾸준히 걸어나가라 눈물과 떨림과 생각의 무게가 실린 단단한 걸음으로 가는 너에게 빛나는 길이 마주 걸어오리니 그 길을 찾아 걸을 때 마음에 빛과 힘이 차오르고 좋은 사람이 함께 걸어오리니 꽃이 피어오듯 열매가 익어오듯 단단한 걸음으로 나만의 길을 걸어라 - 박노해 시인의 숨고르기 ‘단단한 걸음으로’ 모리아/길 2024.08.06
<故 김민기 대표 유가족 입장발표문 전문>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께서 장례식장을 찾아주셨습니다..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께서 장례식장을 찾아주셨습니다. 제한된 시간과 장소로 인해 조문 오신 한 분 한 분께 정성 들여 인사드리지 못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정말 큰 위로와 힘이 되었습니다. 각자의 방식으로 추모해 주신 많은 분들께도 한 분 한 분 뵙고 인사드릴 수 없어 이렇게나마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삼일장 내내 계속해서 ‘우리 아빠 참 잘 살았네.’ 라는 생각이 들어 눈물과 웃음이 함께 나오는 시간이었습니다. 고인도 한편으로는 뿌듯한 마음으로 가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모두 다 고맙습니다.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묵묵히 일해 오신 고인의 모습을 옆에서 지켜본 유족들도 잘 알고 있기에, 고인이 일생에 걸쳐 일궈낸 일들에 대해 유족으로서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고인 혼.. 모리아/길 2024.07.29
사막 - 오스텅스 블루 - 사막에서 그는 너무도 외로워 때로는 뒷걸음질로 걸었다. 자기 앞에 찍힌 발자국을 보려고 사막 - 오스텅스 블루 - 사막에서 그는 너무도 외로워 때로는 뒷걸음질로 걸었다. 자기 앞에 찍힌 발자국을 보려고 모리아/길 2024.07.25
흙 길 -전해윤- 시골 논밭 사이 소박한 길 숲속에 다소곳이 숨어 있는 길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그 까칠한 부드러움이 좋다 담담함이 좋다 흙 길 전해윤 시골 논밭 사이 소박한 길 숲속에 다소곳이 숨어 있는 길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그 까칠한 부드러움이 좋다 담담함이 좋다, 발길 밀어내지 않는 내 인생길에도 흙 길 같은 사람 여럿 있었다 비탈진 삶 견디게 해준….. 이제 내가 가슴 한켠을 고이 허물어 누군가의 흙길이 되고 싶다, 걸을수록 위안이 되는 자꾸만 걷고 싶은 모리아/길 2024.07.13
틸 (the Til)-명사 삶의 현시점에서 여전히 실현 가능한 모든 기회- 기운이 남아서 여전히 돌아다녀 볼 수 있는 나라, 용기가 있어.. 틸 (the Til)-명사 삶의 현시점에서 여전히 실현 가능한 모든 기회- 기운이 남아서 여전히 돌아다녀 볼 수 있는 나라, 용기가 있어서 여전히 이어 나가볼 수 있는 경력, 여전히 맺고 싶은 마음이 드는 관계-저수조. 이를테면 처음에는 무척 부담스러운 짐처럼 느껴지다가 나이를 먹으며 발을 내디딜 때마다 많은 양이 양옆으로 흘러내려서 수위가 꾸준히 낮아지는, 우리가 머리에 이고 다니는 물 한 통 같은. * 어원 the Til(사용하지 않은 잔돈으로 가득 찬 가게의 금전등록기)+until(….까지) 모리아/길 2024.06.25
낙타 ㅡ 신경림 낙타를 타고 가리라, 저승길은 별과 달과 해와 모래밖에 본 일이 없는 낙타를 타고, 세상사 물으면 짐짓, 아무것도 낙타 ㅡ 신경림 낙타를 타고 가리라, 저승길은 별과 달과 해와 모래밖에 본 일이 없는 낙타를 타고, 세상사 물으면 짐짓, 아무것도 못 본 체 손 저어 대답하면서 슬픔도 아픔도 까맣게 잊었다는 듯, 누군가 있어서 다시 세상에 나가란다면 낙타가 되어 가겠다 대답하리라 별과 달과 해와 모래만 보고 살다가, 돌아올 때는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사람 하나 등에 업고 오겠노라고, 무슨 재미로 세상을 살았는지 모르는 가장 가엾은 사람 하나 골라 길동무 되어서. 모리아/길 2024.05.29
[길] -신경림- 사람들은 자기들이 길을 만든 줄 알지만 길은 순순히 사람들의 뜻을 좇지는 않는다 [길]-신경림-사람들은 자기들이 길을 만든 줄 알지만길은 순순히 사람들의 뜻을 좇지는 않는다사람을 끌고 가다가 문득벼랑 앞에 세워 낭패시키는가 하면큰물에 우정 제 허리를 동강 내어사람이 부득이 저를 버리게 만들기도 한다사람들은 이것이 다 사람이 만든 길이거꾸로 사람들한테 세상 사는슬기를 가르치는 거라고 말한다.길이 사람을 밖으로 불러내어온갖 곳 온갖 사람살이를 구경시키는 것도세상 사는 이치를 가르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그래서 길의 뜻이 거기 있는 줄로만 알지길이 사람을 밖에서 안으로 끌고 들어가스스로를 깊이 들여다보게 한다는 것을 모른다.길이 밖으로가 아니라 안으로 나 있다는 것을아는 사람에게만 길은 고분고분해서꽃으로 제 몸을 수놓아 향기를 더하기도 하고그늘을 드리워 사람들이 땀을 식히게도 한다그것을 알.. 모리아/길 2024.05.23
송영길 의원을 회상함 우리 유라시아 원이스트씨 포럼(한동해 포럼)의 회원 중에 이번 22대 국회의원 출마자가 4명이나 생겼다. 경북도에서 하나의 동해를 통해 남과 북을 잇고 유라시아로 뻗어나가는 것만이 우리민족의 살길이라 여기고, 이에 같은 마음을 품은 사람들을 회원으로 맞아들이다보니 4년차인 올해 105명의 회원을 넘겨서 도약기를 맞이했다. 요즘 온 나라가 진보니 보수니 하면서 완전히 두쪽으로 갈라진 판에, 모든 단체나 단톡방도 한쪽 사람들만 몰려있고, 한쪽 이야기만 반복적으로 세뇌를 당하는 그런 마당에, 우리 포럼만은 보수 진보 진영의 사람들이 골고루 섞여있는 아주 특이한 모습이다. 하나됨과 연합만이 통일로 가는 길을 열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회원들이 이렇게 정치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계신줄 몰.. 모리아/길 2024.04.04
십자가의 길 [십자가의 길] - 홍수희 - 내가 나를 업고 가는 길입니다 내가 나를 참아주며 걸어가는 길입니다 끊임없이 내가 나를 실망시킬 때에 나에게는 내가 가장 큰 절망이 될 때에 내가 나를 사랑함이 미워하는 것보다 어려울 때에 괜찮다 토닥이며 가는 길입니다 위로하며 화해하며 가는 길입니다 십자가는 밖에 서 있지 않고 십자가는 바로 내 안에 있다는 것을 휘청이며 넘어지며 깨닫는 그 길입니다 십자가의 길, 내가 나를 만나는 길입니다 *고난주간에 띄우는 詩 5 모리아/길 2024.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