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 김규동 달아났다 노인들이 의정부 동두천 방면으로 아니 아산만 쪽으로 갔을까 아니다 강원도 쪽이다 구름타고 더러는 달구지 빌어 타고 강남역 김규동 달아났다 노인들이 의정부 동두천 방면으로 아니 아산만 쪽으로 갔을까 아니다 강원도 쪽이다 구름타고 더러는 달구지 빌어 타고 갔다 업어주고 안아주고 어미 대신 우유 보리차 먹여 키웠는데 우리 손자 손녀 어느 새 저렇게 컸구나 강남역 근처는 젊은이들 나라 거기 노인 끼어들 틈 없어라 넘실거린다 물결 흘러라 한 시대의 끝은 도망갔다 예의바른 노인들이 나 또한 지하도 계단에 기어올라 숨 몰아쉬며 달아났다 달아났다 강남역에서. 모리아/길 2024.10.04
오늘(2024년 9월 24일)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100주년 창립 기념일입니다. 1924년 '조선예수교연합공의회' 이름으로.. 오늘 2024년 9월 24일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100주년 창립 기념일입니다. 1924년 '조선예수교연합공의회'라는 이름으로 출범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연합과 일치로 교회와 세상을 섬겨 왔습니다. 기독교 신앙의 전파 뿐 아니라 기독교의 사회적 역할을 고민하며 격동의 한국 현대사와 함께 호흡했고, 세계교회와 연대하며 이 땅의 민주화와 인권 신장을 위해서 예언자적 목소리를 내왔습니다. 지난 2023년 12월, 에큐메니칼 송년모임에서 "창립 100주년을 맞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에 바란다"라는 주제로 격려와 당부, 바람을 종이비행기에 적어 날리는 시간을 가졌었습니다. 그 때 주신 말씀들 중, 마지막 말씀을 되새깁니다. "100년의 기념보다 새로운 100년의 시작, 용감하고 신실하게!!!" 귀한 말.. 모리아/길 2024.09.24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50주년 기념! 거룩한 미사와 축하 행사를 했습니다. 축하말씀을 부탁하기에, 황송하게도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50주년 기념] - 한인섭 교수 - 거룩한 미사와 축하 행사를 했습니다. 축하말씀을 부탁하기에, 황송하게도 성당 앞에 나서 다음과 같은 취지로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도중에 눈물이 나오고 목이 콱 메어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정의구현사제단이 50주년을 맞았습니다. 주위에 어떻게 생각하냐고 문의드렸더니 '와 대단하다' 그리고 '기쁘다' '고맙다'의 반응이 즉각 왔습니다. '축하합니다'라기보단, '기쁘고 고맙다'는게 저의 첫 느낌이기도 합니다. 우리 현대사가 하도 기복과 부침이 많아, 50년을 거리낌없이 말하기도 참 어렵습니다. 개인사로 보면, 좌우로 왔다갔다 이랬다 저랬다한 행적이 너무 많아, 안타깝고 변명하기도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단체나 기관은 더말할 나위도 없.. 모리아/길 2024.09.24
"겨울이 오면 봄이 멀지 않으리" - 셸리 🍁가을의 말🍁 -이해인- 하늘의 흰 구름이.. "겨울이 오면 봄이 멀지 않으리" - 셸리 🍁가을의 말🍁 -이해인- 하늘의 흰 구름이 나에게 말했다 흘러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라 흐르고 또 흐르다 보면 어느날 자유가 무엇인지 알게 되리라 가을 뜨락의 석류가 나에게 말했다 상처를 두려워하지 마라 잘 익어서 터질 때 까지 기다리고 기다리면 어느날 사랑이 무엇인지 알게 되리라 [오늘의 날씨] "아침엔 쌀쌀해요" “네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빌4:13) 모리아/길 2024.09.23
다 왔다 - 이형기 - 자 이젠 다 왔다 다음은 쉴 차례 아니 깊이깊이 잠들 차례다 이 세상 끝나는 그날까지 그렇게 생각한 것은 잘못이었다 다 왔다 - 이형기 - 자 이젠 다 왔다 다음은 쉴 차례 아니 깊이깊이 잠들 차례다 이 세상 끝나는 그날까지 그렇게 생각한 것은 잘못이었다 이젠 다 왔다고 말할 수 있는 날이 정말 있는가 다만 왔다고 생각한 그 생각만이 공중에 떠돌 뿐이다 떠도는 가운데서 우연인지 필연인지 알 수 없지만 이젠 다 왔다는 한때 그것이 또한 끝이 아닌 것을 이것저것 다 알고 있는 나의 죽음 그것조차도 입을 꾹 다물고 있다 모리아/길 2024.09.03
시간을 위하여 -김초혜- 슬플 때는 슬픔에 잠기어 슬픔을 잊습니다 적막할 때는 적막에 들어 적막을 잊습니다 몸살의 뜨거움에 타던 생각도.. 시간을 위하여 - 김초혜 - 슬플 때는 슬픔에 잠기어 슬픔을 잊습니다 적막할 때는 적막에 들어 적막을 잊습니다 몸살의 뜨거움에 타던 생각도 잊어버리자 앓은 신열도 아득하게 빛나던 추억도 고요한 숨결 속에서 닻을 내리고 있습니다 삶의 긴 길에서 허리가 구부러지고 마음의 끈이 끊어져 나날이 어두워져 가도 시간은 모두가 보석입니다 모리아/길 2024.08.30
단단한 걸음으로 단단한 걸음으로 박노해 단단한 길을 걸어라 나만의 길을 걸어라 멀고 높고 힘든 길을 꾸준히 걸어나가라 눈물과 떨림과 생각의 무게가 실린 단단한 걸음으로 가는 너에게 빛나는 길이 마주 걸어오리니 그 길을 찾아 걸을 때 마음에 빛과 힘이 차오르고 좋은 사람이 함께 걸어오리니 꽃이 피어오듯 열매가 익어오듯 단단한 걸음으로 나만의 길을 걸어라 - 박노해 시인의 숨고르기 ‘단단한 걸음으로’ 모리아/길 2024.08.06
<故 김민기 대표 유가족 입장발표문 전문>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께서 장례식장을 찾아주셨습니다..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께서 장례식장을 찾아주셨습니다. 제한된 시간과 장소로 인해 조문 오신 한 분 한 분께 정성 들여 인사드리지 못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정말 큰 위로와 힘이 되었습니다. 각자의 방식으로 추모해 주신 많은 분들께도 한 분 한 분 뵙고 인사드릴 수 없어 이렇게나마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삼일장 내내 계속해서 ‘우리 아빠 참 잘 살았네.’ 라는 생각이 들어 눈물과 웃음이 함께 나오는 시간이었습니다. 고인도 한편으로는 뿌듯한 마음으로 가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모두 다 고맙습니다.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묵묵히 일해 오신 고인의 모습을 옆에서 지켜본 유족들도 잘 알고 있기에, 고인이 일생에 걸쳐 일궈낸 일들에 대해 유족으로서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고인 혼.. 모리아/길 2024.07.29
사막 - 오스텅스 블루 - 사막에서 그는 너무도 외로워 때로는 뒷걸음질로 걸었다. 자기 앞에 찍힌 발자국을 보려고 사막 - 오스텅스 블루 - 사막에서 그는 너무도 외로워 때로는 뒷걸음질로 걸었다. 자기 앞에 찍힌 발자국을 보려고 모리아/길 2024.07.25
흙 길 -전해윤- 시골 논밭 사이 소박한 길 숲속에 다소곳이 숨어 있는 길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그 까칠한 부드러움이 좋다 담담함이 좋다 흙 길 전해윤 시골 논밭 사이 소박한 길 숲속에 다소곳이 숨어 있는 길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그 까칠한 부드러움이 좋다 담담함이 좋다, 발길 밀어내지 않는 내 인생길에도 흙 길 같은 사람 여럿 있었다 비탈진 삶 견디게 해준….. 이제 내가 가슴 한켠을 고이 허물어 누군가의 흙길이 되고 싶다, 걸을수록 위안이 되는 자꾸만 걷고 싶은 모리아/길 2024.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