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사포 일기
- 장교철
파도는 바다가 늘 불만이었다
거품 되어 썰물로 멀어진 후
적막이 오래갔다
아쉬울 땐 속내를 다 보여줄 듯
바다를 밀고 왔다
밀물은 파도를 안았고
상처도 다독이며 파도를 용서했다
바다를 잘 안다며 우기던 파도는
다시 썰물 되어 바다 경계까지 떠났고
다시 돌아온 파도를
바다는 타일렀다 우리는 핏줄이라고
파도는 말했다 용서와 거래가 우선이라고
파도가 있기 전에 바다가 있었다
바다는 파도보다 더 많은 사람을 만났고
파도 몰래 속울음을 쏟았다
밀물은 서툴게 살아온 파도를 기다리며 늙어갔고
바다는 등 돌린 파도를 향해 엎드려 기도했다
비켜선 고사포 소나무와 바람은 보고만 있었다
날이 저물었다
* 고사포는 변산반도에 있다.
파도와 바다는 함께 하고 있지요?
서해에서는
파도도 보이다가 보이지 않는다.
바다도 멀리 갔다가
몇시간 후에 다시 돌아오기도 한다.
그러니 동해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왔다 가는 사람이 야속하지만
바다처럼 온다면 갈지라도 좋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