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아/현장

누구를 ‘대통령’으로 선택할 것인가: 지도자의 세 가지 책임! 대통령 선거를 위해 진행된 후보자 토론이 5월 27일로 막을 내렸다.

ree610 2025. 5. 30. 17:16

<누구를 ‘대통령’으로 선택할 것인가: 지도자의 세 가지 책임>

1. 2025년 대통령 선거를 위해 진행된 후보자 토론이 5월 27일로 막을 내렸다. 매 토론을 지켜보는 것은 지난한 인내심을 작동시켜야 할 정도로 암담한 장면들의 연속이었다. 두 후보자 발언과 태도는, 한 작은 동네를 운영하는 책임자 역할을 하겠다는 이들이라 해도 믿기 어려울 정도의 정치철학 부재와 미래 비전의 결여를 보여주고 있다. 이 두 후보자는 한 인간으로서의 태도와 품성, 다른 후보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그리고 무엇보다도 한국 사회는 물론 세계에 속한 지도자로서의 현재 분석과 미래 비전 등에 대한 그 어떤 긍정적 모습조차 엿볼 수 없는 이들이었다. 플라톤의 표현을 빌리자면, ‘대통령’이란 풍랑이 이는 바다를 항해하는 ‘대한민국’이라는 배의 ‘함장’으로서 책임적 역할을 하는 자리다. 그런데 이 후보자들의 모습을 보면, 그 어떤 책임조차 수행 불가한 사람들이다. 어쩌면 한국인들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외면하기 어렵다.

2. 한 국가의 리더로서 정치가란 다른 여타의 지도자적 역할을 하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설득의 예술가 (artist of persuasion)’가 되어야 한다고 나는 본다. 지도자라면 크게 세 가지 책임을 수행해야 한다: 인정 (affirmation), 문제 제기 (contestation), 그리고 창출 (innovation)의 책임이다. 첫째, 자신이 속한 공동체(한국과 세계)의 역사와 전통에 대한 복합적이고 비판적인 이해와 분석을 통해서, 연속성을 가지고 보존하고 강조해야 하는 부분을 찾아내는 것 (affirmation), 둘째, 동시에 그 전통과 역사가 지닌 다양한 문제들을 분석하며 단호한 ‘불연속성’을 결단하는 ‘비판적 문제 제기(contestation)’ 그리고 셋째, 보다 나은 한국, 보다 나은 세계를 만들어 가기 위한 비전의 제시 등을 통해서 구체적인 변혁을 만들어가기 위한 새로운 전통의 창출(innovation)책임이다. 그들은 자신의 말(speech)과 글 (writing)을 통해서, 우리의 감성과 지성의 세계가 그 비전에 동조하도록 설득해야 하는 ‘설득의 예술가’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3. 한 후보는 이 21세기에 자기 교인들에게 원산폭격이라는 ‘얼차려’를 시키면서 종교를 오로지 자신의 ‘권력 확장의 무기’로만 이용하는 ‘전광훈식 기독교’에 노예적 소속성을 드러내면서, 주변 사람들을 함부로 폄하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주어진 ‘권력’을 함부로 남용해 온 전력이 드러난 후보다. 또 다른 후보는 ‘젊다’고 하는 생물학적 나이와 소위 명문대 출신이라는 것만을 내세우며 다층적 혐오와 배제 담론, 그리고 타 후보에 대한 공격적 폄하와 중상모략을 일삼는 후보다. 차마 글로 옮기기조차 싫은 이 두 후보의 말과 태도는 한 국가의 ‘지도자’로서의 역량은커녕, 한 대학의 ‘회장’도 해서는 안 되는 품성과 역량을 지닌 이들 임을 그들의 삶의 전력과 세 번의 토론에서 그대로 보여주었다.

4. 내가 바람직하게 생각하는 정치가 몇 명이 있다. 그 중 한 사람은 코리 부커 (Cory Booker)다. 2025년 3월 31일 오후 7시(미국 동부시간)부터 4월 1일 오후 8시 5분까지 총 ‘25시간 5분’ 동안 국회에서 미국 역사상 가장 긴 연설을 한 사람이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미국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훼손하고 있다는 점, 특히 사회보장제도와 메디케어 삭감 시도, 교육부 폐지, 법원 명령 무시, 대학 캠퍼스에서의 친팔레스타인 시위자 추방 등 다양한 사안에 대하여 비판적인 문제제기를 했다.

5. 그는 뉴저지 주민을 포함하여 미국 전역의 시민들로부터 받은 200개 이상의 사연, 기사, 그리고 개인적인 이야기 등을 통해서 다양한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고자 했다. 그는 1,164쪽에 달하는 연설문을 준비했고, 이 연설문은 10권의 바인더에 정리되어 있었다. 그의 연설은 미국 국민이 아니더라도, 한 국가의 정치가가 어떻게 ‘말의 언어,’ ‘글의 언어,’ 그리고 진정성을 담을 ‘몸의 언어’를 통해서 ‘설득의 예술가’로서의 책임적 역량을 수행하는 단면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나는 그의 25시간여의 연설을 틈날 때 마다 틀어놓고서 내 작업을 하곤 한다. 내게 다층적 감동과 ‘아하의 순간’을 주기 때문이다.

6. 나는 곧 다가올 선거에서 세 가지 책임성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보인 후보에 투표할 것이다. 지금의 한국 그리고 미래에 일구어 나갈 한국을 복합적 시각과 치열한 전문적 분석을 통해서 그 비전을 제시하는 책임적 지도자, 자신의 정치적 권력을 개인 이득 확장이 아니라, ‘국민의 안녕’을 확장하는 데에 사용해 온 지도자, 추상적인 비전 제시가 아니라  치열한 추진력과 용기를 가지고 구체적으로 실천해 온 지도자로서의 역량을 행사하고 다양한 실천적 업적을 보여 온 지도자, 또한 갈등과 분쟁을 넘어서서 다층적 의미에서 ‘보다 나은 한국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한 가치와 제도를 확장할 의지와 역량이 있는 지도자에 나의 한 표를 던질 것이다.

올바른 책임적 지도자를 선출하는 것은 예측할 수 없는 역경과 풍랑에 맞서야 하는 용기, 추진력, 실천적 비전을 품고 확장할 가능성을 보여 온 책임적인 ‘함장’에 우리의 생명과 미래를 맡겨야 하는 엄중한 일임을 우리 모두 상기해야 할 것이다.

- 강남순 교수님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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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리 부커의 "25시간 5분" 동안의 국회연설:
https://chatgpt.com/c/682f1f27-7d48-8005-a778-437ec0fa8f5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