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아/시

[이따금 봄이 찾아와] -나희덕- 내 말이 네게로 흐르지 못한 지 오래 되었다 말은 입에서 나오는 순간 공중에서 얼어붙는다 허공에 닿자

ree610 2025. 3. 9. 07:04

[이따금 봄이 찾아와]

-나희덕-

내 말이 네게로 흐르지 못한 지 오래 되었다

말은
입에서 나오는 순간 공중에서 얼어붙는다
허공에 닿자 굳어버리는 거미줄처럼

침묵의 소문만이 무성할 뿐
말의 얼음조각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이따금 봄이 찾아와
새로 햇빛을 받은 말들이
따뜻한 물속에 녹기 시작한 말들이
들려오기 시작한다, 아지랑이처럼
물오른 말이 다른 말을 부르고 있다

부디,
이 소란스러움을 용서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