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교
전윤호
이제 내가 죽을 만큼 외롭다는 걸 아는 자는 없다
그대의 전화번호를 지우고 짐을 챙긴다
밖으로 통하는 문을 잠겼다 더 이상
좁은 내 속을 들키지 않을 것이다
한잔해야지
나처럼 보이는 게 전부인 사람들과
정치를 말하고 역사를 말하고 비난하면서
점점 길어지는 밤을 보내야지
한 재산 만들 능력은 없어도
식구들 밥은 굶지 않으니
뒤에서 손가락질 받지 않고
변변치 않은 자존심 상할 일도 없다
남들 앞에서 울지만 않는다면
나이 값하면서 늙어간다 칭찬 받고
단 둘이 만나지는 사람은 없어도
따돌림 당하는 일도 없겠지
덜 더 바래
그저 가끔 울적해지고
먼 산 보며 혼잣말이나 할 테지
이제 내가 죽을 만큼 아프다는 걸 아는 자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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