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에서는 그리스인보다 못하고, 체력에서는 켈트족(갈리아인)이나 게르만족보다 못하고, 기술력에서는 에트루리아인보다 못하고, 경제력에서는 카르타고인보다 뒤떨어졌던 로마인이 이들 민족보다 뛰어난 점은 무엇보다도 그들이 가지고 있던 개방적인 성향이 아닐까. 로마인의 진정한 자기정체성을 찾는다면, 그것은 바로 이 개방성이 아닐까”(시오노 나나미, 『로마인 이야기』)
그녀는 이어서 우리에게 묻는다. “고대 로마인이 후세에 남긴 진정한 유산은 광대한 제국도 아니고 2천 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서 있는 유적도 아니며, 민족이 다르고 종교가 다르고 인종이 다르고 피부색이 다른 상대를 포용하여 자신에게 동화시켜버린 그들의 개방성이 아닐까”라고. 평생을 가톨릭의 본거지인 로마에 거주하며 이교에 대하여, 황제에 대하여 그리스도의 승리를 선언하면서(로마인 이야기 제14권)도 현대인은 2천 년 세월이 지났는데도, 종교적으로는 관용을 베풀 줄 모르고, 통치에 있어서는 능력보다 이념에 얽매이고, 다른 민족이나 다른 인종을 배척하는 일에 여전히 매달리고 있다고 지적해준다.
시오노 나나미는 자신의 다른 책(바다의 도시 이야기)에서, 서로마제국 몰락 후 훈족에게 쫓겼던 로마인들이 간신히 자리잡은 도시국가 베네치아를 번영케한 정신으로 페카토 모르탈레(Peccato Mortale)를 소개하고 있다. 페카토 모르탈레는 ‘용서받지 못할 죄’라는 뜻으로 중세 가톨릭이 사용했던 대죄(죽을 죄)라는 종교적 의미를 담고 있다.
바다의 도시 이야기에 의하면, 페카토 모르탈레로 규정되는 행위 중 첫째는 공직자가 예산을 낭비하는 것이고 둘째는 기업가가 이윤을 남기지 못하는 것이다. 공직자와 기업가는 국가와 사회공동체가 부여한 사회적 책임을 감당하기 위해서 자신의 최선을 다할 결의를 다지도록 국가와 사회가 함께 그 사명감을 고취한 것이 로마의 번영을 이뤄내는 힘의 원천이 되었다는 것이다.
“기독교인은 회개라는 걸 한다. 자신이 잘못한 것에 대한 후회다. 그걸로 인한 슬픔이다. 비참을 자각한다. 그래서 그분을 더 의지하게 된다.”(김남준, 『아무도 사랑하고 싶지 않던 밤』) 후회가 자신이 믿었던 걸 자책하는 수준에 이르면 자신의 현존이 성령의 역사를 훼방하는 것은 아닌가를 자문하게 된다. 생선과 소금으로 버티던 베네치아인들이 페카토 모르탈레를 붙들었듯이 우리 교회의 지도자들이, 나의 현존이 성령을 거역하는 것은 아닌지를 묻고 있다면 우리에게는 아직 소망이 있다. 우리 교단이 한 두 대형 교회의 입김으로 흔들리기야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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