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 사회의 현상을 보고 떠오른 글을 다시 읽는다.
“상사를 설득하는 8가지 원칙”
- 박재희
한비자라고 하는 동양 고전에는 아랫사람인 신하가 윗사람을 설득할 때 주의해야 할 것이 몇 가지 원칙이 있다고 합니다. 한비자에 보면 ‘유세하기란 정말 어렵다.’라는 뜻의 유세할 ‘세’ 자에 어려울 ‘난’, 세난(說難) 편에 나오는 윗사람, 즉 군주를 설득시키는 요령을 간추려 보면 이렇습니다.
첫째 내가 설득하려고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어야 합니다. 알 ‘지’ 자에 마음 ‘심’ 자, 지심(知心)입니다. 윗사람을 설득하는 것은 말을 잘하거나 논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내가 설득하려는 사람의 마음을 읽어내고 그 마음에 맞게 설득해야 한다는 것인데요, 그러기 위해서는 그 사람이 결국 무엇을 원하는가를 정확히 읽어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내가 설득하려는 그 사람이 명예와 명분을 원하는데 그 앞에서 이익과 실리를 강조한다면 천박하다고 욕먹을 것이고, 반대로 실리를 찾으려 하는데 명분만 강조한다면 세상 물정 어둡다고 욕할 것입니다. 결국, 설득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상대방의 마음을 정확히 읽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둘째 상대의 비밀누설은 반드시 금물입니다. 일은 비밀이 유지되어야 성공하는데, 말이 잘못 누설되어 결국 일이 실패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특히 상대방의 비밀을 잘못 건드려 그로 인해 화를 당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때로는 알아도 모른척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안다고 다 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지요. 예를 들면 술 먹은 다음 날 직장 상사가 전날 행했던 주사를 재미있다고 남 앞에서 공개적으로 말한다거나, 또 당사자가 가장 가슴 아프게 생각하는 약점을 거리낌 없이 떠들고 다닌다면 결국 그 사람은 화를 입게 될 것입니다.
셋째 ‘신임을 얻고 난 후에 말하라’는 것입니다. 내가 설득하려고 하는 사람이 아직 충분한 신임도 얻지 못했는데, 직언(直言)과 직설(直說)로 그를 설득한다면 결국 그 사람의 신상이 위태롭게 된다고 합니다. 조직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도 않는 그런 사람이 마치 회사를 혼자 살릴 것이라는 자만으로 상사를 직설적으로 설득하려 하면 결국 그 의견이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란 이야깁니다.
넷째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의도를 공개화시키지 말라고 합니다. 상대방이 계획하고 있는 것을 미리 알아차려 공개적으로 유세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자신이 상대방의 의도를 안다고 미리 그것을 이야기하면 자신의 의도를 들킨 상대방은 결국 그를 가만두지 않을 것입니다.
다섯째 상대방의 주변 사람들에 대해서는 웬만하면 논의를 삼가라고 합니다. 내가 설득하려는 사람의 주변에 있는 신하나, 총애하는 사람 등에 대하여 내가 이러쿵저러쿵 얘기한다면 혹시라도 이간질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이죠. 되도록 그 측근의 행적이나 그에 대한 평가는 조심스럽게 하라는 이야기입니다. 칭찬하면 아부한다고 할 것이고, 비난하면 우리 사이를 떨어뜨리려 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여섯째 적절한 언어가 구사되어야 합니다. 말을 간단히 하면 재주가 없다고 물리칠 것이고, 또 너무 장황하게 설명을 하다 보면 말이 너무 길고 수식한다고 할 것입니다. 대강만 이야기하면 겁이 많아 할 말을 다하지 못한다고 할 것이고, 논리적으로 말할라치면 너무도 소심하다고 할 것입니다. 또 생각나는 바를 빠짐없이 다 말해 버리면 거만하다고 할 것이니, 상황과 분위기에 맞는 적당한 언어와 논리를 구사해야 한다는 겁니다.
일곱째 상대방이 뭘 좋아하는지 뭘 싫어하는지를 정확히 살펴야 합니다. 유세의 가장 중요한 점은 상대방이 좋아하는 것을 미화시키고, 상대방이 나쁘다고 생각하는 것을 덮어버릴 줄 아는 것이라는 겁니다. 상대방이 가장 자랑스럽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하여는 자주 이야기를 꺼내도 좋지만, 상대방이 가장 부끄럽게 여기는 일에 대해서는 절대로 발설하지 말아야 한다고 합니다.
여덟째 군주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라고 합니다. 상대방의 신임을 얻기 위해서는 수치스러운 일이라도 마다하지 말고 하라는 이야기입니다. 이윤(伊尹)이라고 하는 아주 유명한 동양의 신하는 자기가 모시고 있는 탕(湯) 임금에게 등용되기 위해서 그의 요리사가 되어 요리를 준비하고, 그 요리를 탕 임금 마음에 들게 한 후에, 결국 탕 임금과 가까워졌을 때 자리를 얻어서 자신의 능력과 경륜을 펼칠 기회를 가졌다고 합니다.
한비자는 모름지기 위대한 성인도 이렇게 자신을 낮추며 상대방과 만나기 위해서 때를 기다렸는데, 아무리 재능 있는 인재라도 이런 일들을 수치스러워한다면 그 사람은 능력에 맞는 자리를 얻을 수 없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신하가 군주를 설득하는 유세의 원칙에 대하여 간단히 살펴보았습니다. 결국, 신하는 자기 생각과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군주를 설득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군주의 마음을 움직여야 진정 자신이 가진 이상과 정책을 실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람이 사람을 설득한다는 것, 결코 쉬운 일은 아닌 듯합니다.
“예찬 듣는 것을 경계하라.”
예찬을 경계하라. 어려운 일을 겪더라도, 그의 바름을 잃지 않는 이는 많다. 그러나 칭찬과 기림을 받은 뒤에 그의 바름을 잃지 않을 이는 많지 않다.
- 성 그레고리우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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