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수의 마음을 읽다
ㅡ 서정윤
가로수가 길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늘상 그냥 가로수이지만
한 십년만 지나면 가지를 뻗는 손이
확연히 표 날 만큼 비스듬하다
그냥 모르는 척 살아도
마음이 끌리는 건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우리가 보기에 너무나 태연한 가로수도
스스로의마음을 숨기기에
십 년이란 너무 긴 시간이었을까
가장 절망적일 때
마주보고 느낄 수 있는 그대가
적당한 거리에 서 있다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
눈빛으로 정이 들어
그리워할 수 있는 그대
작은 이파리 한 장 날린다.
십 년이나 그보다 더 많이 지난 후에
표시가 날 내 마음을 .
조금씩 얼굴이 붉어진다, 기우는 해가
저만큼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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