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길
ㅡ 이현주
자동차가 끊어져
시오 리 밤길을 걸었습니다.
오랜만에 걷는 호젓한 밤길에서
옛 친구들을 만났지요.
별은 검은산 위에 외로이 떠 있고
보오얀 달빛을 어깨에 얹은 구름도 말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등 뒤로 따라오던 달빛은
혼자서 걷지 말라고 작은 그림자를 앞세워주더군요.
멀리 산기슭 사람 마을에서는
아스라한 불빛 사이로 개 짖는 소리 들리고
모두들 잠들었을 시간에
어디서 나무 타는 냄새 꿈결같이 흐르는데
자동차 끊긴 밤길 시오 리, 왠지 자꾸만
슬프고 고맙고 그래서 눈물 훔치며 걸었습니다.
* 오목 ㅡ
요즘은 시골도 가로등 불빛이 있고
없는 곳에는 멀리서라도 빛이 보여 걸을만 하다.
시오리 딱 면소재지에서 집으로 걸어오는 거리다.
아무도 없는 밤길을
달과 별을 벗 삼아
그리고 내 그림자를 위안 삼아 걷는 발 걸음은
삶의 기쁨 중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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