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 사적 통해 분노가 아닌 용서와 사랑 강조돼야
- 야월교회 제1회 순교영성 세미나
6.25 전쟁 시기 65명의 교인이 집단 순교한 야월교회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기독교 순교 사적을 통해 분노와 증오가 아닌 용서와 사랑이 강조돼야 한다는 제언이 이어졌다.
광주노회 야월교회(심재태 목사 시무)가 지난 7일 교회에서 개최한 제1회 순교영성세미나 중, 손산문 목사와 최상도 교수가 기독교 순교 사적의 의미와 역할에 대해 강의했다.
한국 개신교의 순교자와 관련해 총회한국기독교사적(유물)협의회 회장 손산문 목사(자천교회)는 "개신교사에서 순교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한 두 시기는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시기로 압축할 수 있는데, 이로부터 반일감정과 반공주의가 나온다"고 말했다.
그러나 "순교의 모본은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이라고 소개한 손 목사는 "예수 그리스도는 십자가의 죽음의 순간에도 적대 세력에 대한 용서와 사랑을 실천했다"라며, "모든 순교에 대한 해석에는 이 그리스도의 모범을 따라 가해자에 대한 용서와 사랑이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오늘날 야월교회가 그 죽임의 폭력에 대한 기억과 해석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한 그는 "만약 6.25전쟁 당시 순교자들의 순교 담론이 신자들에게 복음의 증언과 선포로의 초대가 되지 못한다면, 자칫 반공주의를 강화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라며, "반대로 분노와 증오의 현장을 용서와 사랑의 공간으로 바꾸어낸다면, 남한 사회와 북한 사회를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반공 이데올로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어서 그는 "예수 그리스도를 본받아 순교자의 피로 세워진 교회는 용서와 사랑의 치유 능력을 스스로 발휘할 뿐 아니라 사회를 향해서도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라며, "야월교회의 순교 신앙이 특정한 사람의 경험으로만 기억될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증거자가 되기를 소망하는 모든 이들의 것이 되길 소망한다"라고 밝혔다.
순교영성 세미나에서 강의한 최상도 교수(호남신대 역사신학)는 순직·순교 제도와 담론의 주목적을 '기념'과 '교육'으로 꼽았다.
순교담론과 관련해 그는 "순교자를 기념하기 위한 담론은 단순 기념을 넘어 기념의 행위를 통해 공동체를 교화하는 역할을 한다"라며, "과거 사건에 대한 합의된 의미를 강화하고, 현재 그것을 기념하는 공동체 구성원들을 그 의미규정에 동원하는 행위이며, 나아가 공동체의 현재 필요와 주장을 정당화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16세기 베스트셀러인 폭스의 '순교자 열전'을 예로 든 최 교수는 "당시 책엔 프로테스탄트 순교자들의 잔혹한 죽음이 자극적으로 묘사돼 있는데, 이는 가해자의 폭력성과 야만성을 고발하는 것이고 독자는 가해자에 대한 분노와 복수를 키우게 되는 양상으로 교육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앞서 우리가 살펴본 순교신학은 자기를 희생하여 타인을 살리는 사랑, 자신을 가해하는 자를 향한 용서의 선포, 그리고 이러한 사랑과 용서를 통한 화해를 실현한 그리스도의 본받음"이라며, "순교이야기의 기록 목적은 박해를 신앙의 힘으로 인내하며 죽음을 맞은 그리스도인의 모습을 통해 신앙을 고양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무언가를 기념하고 기억하는 행위는 언제나 정치사회적, 경제적 비즈니스가 될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라며, "순직·순교 사적지 순례의 이데올로기와 경제 비즈니스로서의 오남용을 피하며, 순직·순교사적지 순례는 믿음으로 신앙의 절개를 지킨 순직·순교자들을 본으로 삼아 오늘을 살아가는 신앙의 모습을 점검하고, 기도와 신앙 교육의 현장으로서 기능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한편 순교 영성 세미나를 개최한 야월교회는 6.25전쟁 시기에 북한군들에 의해 65명의 교인이 죽임을 당한 집단 순교의 현장이다. 이러한 순교 역사를 기념하기 위해 광주노회와 야월교회는 1990년 65명의 명단을 수록한 순교기념탑을 야월교회 내에 세웠다. 이후 2009년엔 교계 후원금과 영광군의 사업비 등으로 순교기념관을 완공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는 야월교회의 역사성을 인정해 2013년 제98회 총회에서 야월교회 순교기념관을 한국기독교사적 제20호로 지정·공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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