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검정 옷 한 벌

ree610 2023. 4. 12. 13:22

검정 옷 한 벌 박일규.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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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 옷 한 벌

 

-  박일규

 

 

수녀님!

검정 옷 한 벌

거저 입으신 게 아니시지요

 

조촐한 봇짐 챙겨 드시고,

아무 생각 없는 듯 어금니만 지그시 물고

살던 집 조용히 떠나시던 날

돌아 누운 어머니 한밤중에 일어나

딸이 비우고 간 빈방에서

얼마나 목메어 울었을거나

 

“너희는 이것을 받아 먹으라”

“너희는 이것을 받아 마시라”

 

어느 새벽이었을까

딸과 어머니가 서로 다른 자리에서

뼈가 녹는 감사의 눈물을 흘리신 것을......

 

수녀님!

검정 옷 한 벌

거저 입으신 게 아니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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