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 옷 한 벌
- 박일규
수녀님!
검정 옷 한 벌
거저 입으신 게 아니시지요
조촐한 봇짐 챙겨 드시고,
아무 생각 없는 듯 어금니만 지그시 물고
살던 집 조용히 떠나시던 날
돌아 누운 어머니 한밤중에 일어나
딸이 비우고 간 빈방에서
얼마나 목메어 울었을거나
“너희는 이것을 받아 먹으라”
“너희는 이것을 받아 마시라”
어느 새벽이었을까
딸과 어머니가 서로 다른 자리에서
뼈가 녹는 감사의 눈물을 흘리신 것을......
수녀님!
검정 옷 한 벌
거저 입으신 게 아니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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