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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 루이스, 나와 6월 3일의 대선을 앞둔 오늘의 우리 사회: 20세기 기독교 신앙의 변증가 중에서 가장 빼어난 몇 사람 중에...

ree610 2025. 5. 7. 11:39

[C.S. 루이스, 나 그리고 6월 3일의 대선을 앞둔 오늘의 우리 사회]

1.
20세기 기독교 신앙의 변증가 중에서 가장 빼어난 몇 사람 중 하나가 C.S. 루이스(Clive Staples Lewis, 1898~1963)다. 루이스가 인생 여정에서 가장 힘들 때가 있었다. 1942년에 출간한 ‘악마의 편지 The Screwtape Letters’를 집필할 시기였다. 이에 관해서 자기 글에서 얘기했다. 이 소설은 악마 세계의 장관이 이제 막 일을 시작한 자기 조카 악마에게 보낸 편지로 구성돼 있다. 루이스는 이 소설을 쓰면서 끊임없이 생각했다.

‘내가 악마라면 어떻게 생각했을까, 어떻게 행동했을까 … 그리스도인을 파멸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교회가 타락할 수 있을까 ….’

2.
저 유명한 표현 ‘악의 평범성’은 악의 근면성과 세심함을 포함한다. 악하고 독한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선하고 유순한 사람들에 비해서 집중력이 강하다. 잠도 자지 않고 이길 방법을 연구한다. 디테일이 탁월하고 강하다.

3.
내가 루이스의 심정을 경험한 적이 있다. 2017년이다. 내가 목회하는 교회가 소속된 지방회(기독교대한성결교회는 총회 산하에 지방회로 교단이 구성돼 있다. 장로교는 노회라고 한다.) 안에 극심한 갈등이 있어서 그해 2월의 정기지방회에서 지방회를 둘로 나누게 되었다. 한집에 살면서 목사와 장로들이 볼썽사납게 싸우면서 온갖 추대를 부리기보다 두 집으로 나누는 것이 낫겠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그해 5월의 교단총회에서 지방회를 분할하라는 공식 결의까지 있었다.

4.
나는 새로 구성되는 지방회에서 몇 선배와 함께 중심 역할을 하게 되었다. “새로 구성되는 지방회”란 표현을 썼지만, 총회 결의로 둘로 분할되는 것이니까, 분할 이전의 모든 역사는 분할되는 두 지방회 각각의 역사이기도 하다.

아, 이 과정에서 얼마나 갈등과 오해와 공격이 심했는지 모른다! 내가 목회하는 교회의 시무장로 한 사람이 명확하게 반대쪽 편에 있었다. 목회자에게 이런 상황이 얼마나 힘든지. 나는 살아오면서 법적인 소송을 이때 처음 경험했다. 교단법 소송이 서너 번, 사회법 소송이 대여섯 건이었다.

5.
총회 재판위원회에 상소해서 승소했지만, 교단법으로는 지방회의 재판위원회에서 목사직 면직까지 당했다. 사회법으로는 공금횡령죄로 두 번이나 검찰에 고소를 당했고, 경찰에서 조사를 받았다. 나를 공격하는 쪽에서는 고등법원에 항소하고 거기에서 패소하자, 가능성이 거의 없는데 재정신청까지 했다. ‘재판을 받고 있는 중이다’ 하는 것이 목사에게 불리하다는 것을 노린 것이었다. 모두 기각되었다.

이런 재판들이 두렵거나 힘들지는 않았다. 만일 패소해서 목사직을 박탈당하면 조금 일찍 은퇴하는 셈 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재판은 귀찮았다. 대응해야 하고 신경 써야 하니까.

6.
이때 나와 반대쪽에 있는 사람 중에 우리 교단에서 ‘최고의 정치 싸움꾼들’이 있었다. 그들이 공격하는 법적인 소송과 온갖 기술을 막아내야 했다. 개인적인 싸움이 아니라 교회와 지방회, 곧 하나님의 공동체가 걸린 것이니 못된 사람들에게 그냥 밀릴 수는 없는 것이었다.

이 상황에서, 상대가 어떻게 공격해 올지를 미리 생각해야 했다. 나는 본디 단순한 사람이라서 웬만한 일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생각하는 것도, 어떤 주제에 관해 학문적으로나 논리적으로 작업할 때 외에는 생각이 깊거나 복잡하지 않다. 그러나 이 시기에는 달랐다. 공격하는 자들의 생각과 수를 읽어야 했다. 내가 살아오면서 해보지 않은 방식을 의식적으로 애써 생각해야 했다. 참 힘들었다.

그들의 수를 예측하면서, ‘설마, 이런 방법이야 쓰지 않겠지’ 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착각이고 오판이었다. 내가 그렇게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한 공격이 있었다. 내가 루이스처럼 의식적으로 애써 생각하는 데도 저들의 수를 다 읽지 못했다.

7.
지금 우리나라 정치판이 이와 비슷하다. 김문수가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되었다. 탄핵을 반대한 사람이 후보가 됐으니 국민의힘은 이제 더 명백하게 윤석열과 같은 흐름에 서 있다. 이 집단에 지난 5월 1일에 조희대 대법원장과 한덕수 전 총리가 대놓고 가담했다. 현재 상황을 두고 분석과 의견이 많다. 법 전문가들, 법 기술자들, 정치 전문가들 등이 전문적인 얘기들을 쏟아내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 하나, 6월 3일의 대선에서 법치의 민주주의가 바로 서도록 결론이 나야 한다. 12·3내란을 일으킨 집단, 탄핵을 반대하는 집단에서 대통령이 나오면 법치의 민주주의가 완전히 무너진다.

그래서 아주 중요한 것 하나, 내란과 탄핵 반대 집단의 수를 지독하게 집중해서 읽어내고, 그것을 막을 방법을 과감하게 실행해야 한다.

8.
못된 사람들이 더 독해지고 악해지는 상황에 관하여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이 있다. 마태복음 10장 16절 말씀이다.

“보라 내가 너희를 보냄이 양을 이리 가운데로 보냄과 같도다. 그러므로 너희는 뱀 같이 지혜롭고 비둘기 같이 순결하라.”

오죽하면 이렇게 말씀하셨을까.

- 지형은 목사의 페이스북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