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련
- 이선
바람이 주둥이를 내미는 통에
도톰해진 볼 때기가 수줍겠다
아기 새가 날아와 입 안 가득
빼물던 자리에서 먼저 꽃망울이 터졌다
천상의 연회장이 그러할까
골목을 순례하던 햇살이 후끈 모여들고
황홀하게 그 광경을 지켜보던 나는 현기증이 난다
그것은 미천한 어둠의 자식들이
성스런 천국의 나무 계단을 몰래 훔쳐본 죗값으로
치러야 하는 형벌과도 같았다 열병이었다
길은 사방으로 열려 있지만 소용이 없다
기억의 미궁에 갇혀 견뎌야 하는 일이다
간신히 빠져나온 길목에서
속절없이 빠져나간 제 그림자를 볼러본다 한들,
잠깐은 웃었지만,
예방주사도 없이
그저 바보처럼 서 있는 봄날이다
차라리 무덤을 파고 싶은 봄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