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스팔트도 자연이다
- 윤중목
아내가 문득 연애 시절을 돌이켜
내가 했다던 말끝을 꼬집고 나선다.
글세, 아스팔트도 자연이랬다고.
그런 비상식적 궤변이 어디 있냐고.
비상식이든 숫제 아주 몰상식이든
허나 내 육골의 성분이 그러한 것을.
유년과 소년과 청년 시절 모두를
도시의 아스팔트 새까만 타마구 속에
어느덧 중년인지 장년인지까지도
고스란히 파종해 심어버린 나에겐
그 거북이 등딱지 같은 아스팔트가
사시사철 내 밑동이 뿌리박고 흡수한
무기질 토양이요 거름이자 양분인 것을.
수수십 년 그 위를 찍고 지나간
사방팔방 신발 자국과 타이어 자국이
내 발육과 성장과 이제는 노화까지의
전 과정 다큐멘터리 생태화석인 것을.
그래서 아스팔트도 자연이다.
때론 비극적으로, 태론 희극적으로
그래서 내겐 아스팔트도 자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