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달떡"을 어는 놈이 "꿀떡" 했을까?
달나라 토끼전
- 원성은
달나라에 하나뿐인 계수나무 아래
쌍토끼가 떡방아를 찧는다네.
어언 딸 토끼도 무럭무럭 자라
찹쌀에서 돌을 골라낼 줄 안다네.
보름이면 달을 보는 사람에게
달떡을 나누어 주었다네.
달나라에 우주 비행선이 다녀간 뒤로
사람들은 더 이상 그 얘기를 믿지 않았네
어느 토끼가 사람 앞에 나타나 떡을 찧을까.
시무룩해진 쌍토끼는 절구를 놓아버렸다네.
그 이후 보름달이 떠도
쌍토끼를 볼 수 없었네
앙심 품은 쌍토끼는
계수나무를 뽑아다가 옮겨심었다네.
절구공이도 죄다 내동이쳤다가
마음을 확 돌이킨 쌍토끼,
너무 자주 떡을 주니 저러는가 싶어,
달떡이 질렸는가 싶어
당분간 일 년에 단 한 번
정월 대보름에만 떡을 찧기로 했다네.
이제는 간절히 기도하는 사람에게만
달떡을 나누어 준다 하네.
굳이 믿음을 잃어버린 사람에게
달떡을 줄 리 없거든
떡보다 빵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달떡을 줄 리 없거든.
원성은. 시인. 화가. 스님. 중앙승가대. 2016년 《문예중앙》을 통해 작품 활동 시작. 시집 <새의 이름은 영원히 모른체>가 있다. 評: 순진무구하면서도 동양적인 화풍의 그의 동승 그림은 국내는 물론 뉴욕, 밀라노, 도쿄 등 해외에서 20여 차례의 개인전을 가지며 세인들에게 널리 알려졌으며 독일의 드 벨트지 및 해외언론들도 극찬한 바 있다. --- 교보문고 작가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