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쇠
- 김혜순
역광 속에 멀어지는 당신이 뒷모습 열쇠구멍이네
그 구멍 속에 세상 밖이네
어두운 산 능선은 굴곡처럼 구불거리고
나는 그 긴 능선을 들어 당신을 열고 싶네
저 먼곳, 안타깝고 환한 광야가
열쇠 구멍 뒤에 매달려 있어서
나는 그 광야에 한 아름 백합을 꽃았는데
찰칵
우리 몸은 모두 빛의 복도를 여는 문이라고
죽은 사람들이 읽는 책에 씌어 있다는데
당신은 왜 나를 열어놓고 혼자 가는가
당신이 깜박 사라지기 전 켜 놓은 열쇠구멍 하나
그믐에 구멍을 내어 밤보다 더한 어둠 켜놓은
깜깜한 나체 하나
백합 향 가득한 광야가 그 구멍 속에서 멀어지네
* 만남 후에 떠나는 연인을..
보내며 열쇠 구멍으로 보는
심정을, 그려내는 듯 하죠..
백합 향이 나던 시간에서
멀어져 가는 안타까움이 있다.
만나고 헤어지는 게 일상이나
안타까운 것은 내 현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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