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지거 쾨더, 야곱 우물가의 여인, 1990년. 🙏 목의 갈증보다 더 메마른 영혼을 가진 여인이 야곱의 우물가에 섰습니다..

ree610 2024. 7. 20. 10:23

지거 쾨더, 야곱 우물가의 여인, 1990년

목의 갈증보다 더 메마른 영혼을 가진 여인이 야곱의 우물가에 섰습니다. 그리곤 우물 속 자신을 들여다봅니다. 내 영혼을 물끄러미 바라보니 금방이라도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릴 것 같습니다. 이러다가 어쩌면 우물이 여인의 삶을 삼켜버릴지도 모를 순간입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고 있으니 여인은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어느새 주님이 곁에 계셨습니다. 아니, 주님은 어느 순간에 오신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내 생명이 시작되기 전부터 이미 주님은 내 곁에 계셨습니다. 이 놀라운 신비는 내 우물 속을 깊이 들여다볼 때만 느낄 수 있습니다, 동주처럼!

윤동주, 자화상(自像畵), 1939년, 연희전문학교 교지 ‘문우’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 이훈삼 목사 (성남 주민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