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이름 하나라도]
- 이기철 -
이 세상 작은 이름 하나라도
마음끝에 닿으면 등불이 된다
아플만큼 아파본 사람만이
망각과 폐허도 가꿀 줄 안다
내 한때 너무 멀어서 못 만난 허무
너무 낯설어 가까이 못 간 이념도
이제는 푸성귀 잎에 내리는 이슬처럼
불빛에 씻어 손바닥 위에 얹는다
세상은 적이 아니라고 고통도
쓰다듬으면 보석이 된다고 나는
얼마나 오래 악보 없는 노래로
불러왔던가
이 세상 가장 여린 것 가장 작은 것
이름만 불러도 눈물겨운 것
그들이 내 친구라고 나는 얼마나
오래 여린 말로 노래했던가
내 걸어갈 동안은 세상은 나의 벗
내 수첩에 기록되어 있는 모음이
아름다운 사람의 이름들
그들을 위해 나는 오늘도 한 술 밥,
한 쌍 수저 식탁위에 올린다
잊혀지면 안식이 되고
마음 끝에 닿으면 등불이 되는 이 세상
작은 이름 하나를 위해
내 쌀 씻어 놀 같은 저녁밥 지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