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숲
ㅡ 김 영석
모양도 근원도 알 수 없는,
온갖 것을 기르는 진흙 수렁이
갈대숲에 몸을 숨기고 있다
문득 바람이 일자
갈잎 사이사이로 어른 거리던
그림자들이 술렁이기 시작한다
바람을 가르며 한 마리 진흙소가 내닫자
진흙 인간들이 서로 쫓고 쫓기며
하얗게들 아우성을 질러
온통 갈꽃들을 눈부시게 흩뜨린다
이윽고 기운 하늘이 핏빛으로 물들고
갈잎 뒤로 그림자들이 사라지고 나니
갈대숲 수만 평의 적막 위에
먼 바닷소리 풀어 놓고
물비늘 반짝이는 잔별들을 돋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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