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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소리에 깨어나리라

ree610 2024. 1. 17. 08:49

웃음소리에 깨어나리라

ㅡ  황 인숙

낯선 집 낯선 가족 낯선 식사 자리에
돌연 내가 있다
어색해하는 것 나뿐
이들은 낯선 나를 개의치 않고
식사를 계속한다
하도 이상해서, 이게 꿈인가? 곰곰
생각해보니 꿈이 맞다
꿈인 줄 알면서도 어색하다
어찌나 어색한지 꿈같지 않다

그 세계 사람들은
얼마나 이상하게 사는 걸까?
난데없이 누군가 나타났다가
절로 사라지곤 하니

다음엔 한번 웃어보리라
커다랗게 깔깔깔 웃어보리라
그들이 깨어나리라
나를 빤히 보리라
봐라, 달이 오줌을 눈다
무덤 저편도 젖을 것이다

*시인은 그것을 꿈이라고 하였지만
그렇게 식사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가족들하고도 아는 사람하고도
그렇게 지내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래서 사람이 관계를 맺지 못하고
그냥 왔다가 사라지는 존재가 되어 버리고 만다.

달이 오줌을 눈다!
뭔 말인지 모르지만 그래서 웃어보자!
그 얼음장 같은 분위를 깨뜨려보자!
그들이 뭐라고 하던 깔깔깔 웃어보자!
눈물이 나와 죽음이 젖어 버릴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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