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천개의 바람

ree610 2022. 1. 19. 05:30

[천개의 바람]

-작가 미상-

내 무덤에 서서 울지마세요.
나 거기 잠들어있지 않아요.

난 천개의 바람으로 불고있어요.
눈밭 위에서 다이아먼드처럼 반짝이기도 하고
익은 곡식위에 햇빛으로 내리기도 하고
부드러운 가을비로 내리기도 해요.

아침에 서둘러 당신이 깨어날 때
난 당신 곁에 조용히 재빨리 다가와서
당신 주위를 맴돌거에요.
밤하늘에 부드럽게 빛나는 별이 나에요.

그러니 내 무덤 앞에 서서 울지말아요.
나 거기 있지않아요
나 죽지않았거든요.

----- ------

어떻게 이런 시가 있을 수 있을까.
죽은 자가 산 자를 위로하는 시라니ᆢ
산 자가 죽은 자를 애도하는 추모시는 있지만
죽은 자 정확히는 죽을 자가
자기 죽음을 너무 슬퍼할 산 자를
망자 일인칭 주어로 걱정하는
참으로 특이한 시다.

대체 누가 썼을까..
작가미상인 만큼
작가에 대해 몇 가지 설이 있는 바,
내가 가장 믿고싶은 설은 이거다.

아일랜드 독립전쟁 때 IRA(아이랜드 공화국 군대)의 소년병이
닥쳐올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고 어머니를 위해
이 시를 자기가 먹은 빵봉지에 써두었다고 한다.
아마 소년병의 마지막 식사 빵이었으리라.

아군의 어머니든
적군의 어머니든
전쟁에 자식을 잃은 어머니의 심정만큼 비통한 것이 있을까.
자식이 죽은 아픔을
칼로 창자를 저며내는 참척(慘慽)
의 고통이라 표현하지 않는가.

죽은 아들이 엄마의 참척의 눈물을
닦아준다.

엄마 나 이 무덤에 누워있지 않아요.
천개의 바람으로 자유롭게 나르며
아침부터 엄마 곁을 휘돌고
햇빛으로 별빛으로
때론 가을비로 내리며
엄마를 영원히 지키고있어요.

이 시는 미국에서 명사들의 장례식에서 많이 애송되어 왔다.
알링턴 국립묘지 케네디 대통령 장례식에서도 낭송되었고
배우 존 웨인이 영화감독 하워드혹스 의 장례식에서 낭송했고
여배우 마릴린 몬로의 25주기 기념식에도 낭송되었다.

그리고 2002년 9월 11일 뉴욕 그라운드 제로. 미국 9.11테러 1주기 기념식에서 한 소녀가 이 시를 낭독했다.

마침 그 기념식에 참석했던 일본 작곡가 아라이 만이
이 시에 감동, 곡을 부쳐서 2003년 '천의 바람이 되어 '란
j - pop 을 만들었는데
일본 전역에 걸쳐 대히트를 친바있고.

지난 2009년 이 노래가사를 번안 개사하여 팝페라테너 임 형주가 발표.
2014년 세월호 침몰 사고로 자식을 잃은 부모의 참척의 슬픔을 위로했다.
임 형주 노래는
'내 사진 앞에서 울지마세요' 로 시작된다.

어럼풋이 엄마의 답시가 떠오른다

..그래
엄마 안 울께
넌 죽은게 아니라
천개의 바람으로 내 주위를 돌고있어.
부드러운 바람이 나를 감싸돌면
니가 나를 안아준다고 느낄께 ᆢ라고.

-드라마 작가
최 연지 -(n진h)-

"천개의 바람이되어"
(임영웅/정동원)
https://youtu.be/UN5DZSgvUf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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