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치유의 완성이다. - 헨리 나우엔
작가로, 교수로, 영성가로, 또한 치유자로 우리게 잘 알려진 헨리 나우엔은 오늘날 우리 “사역자의 부르심은 자신의 시대가 처한 고통을 그 마음으로 깨닫는 것이며, 그 깨달음으로부터 그의 사역이 시작되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 그는 자신의 대표적인 저서 <상처입은 치유자>에서 오늘날 사역자들이 고려해야 할 성도들의 3가지의 특성에 대해 논의합니다.
나우엔이 말하는 그 특징이란 첫째, 오늘날의 인간상은 내향적(inwardness) 세대라는 것입니다. 이들의 내향성은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해서, 반권위적이고 반제도적이며, 물질적 안락함과 즉각적인 욕망을 추구하는 자기중심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사역자들은 이런 세대의 모습에 실망만 할 것이 아니라, 이 내향성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이런 내향성은 오히려 자신들이 속한 조직과 사회를 변혁시키는 에너지와 헌신으로 변모할 수 있다고 나우엔은 주장합니다.
둘째, 오늘날 우리는 아버지 상실의 시대(fatherlessness)에 살고 있습니다. 내향적인 세대는 자신들보다 나이가 많다고 해서, 더 높은 지위나 권위가 있다고 해서, 더 많은 힘이나 돈이 있다는 이유만으로는 자신들의 아버지를 신뢰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그들은 기성세대로부터 아무 것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아는 세대입니다. 그래서 자신들 앞에서 실패한 모습으로 살아온 세대를 신뢰하기 보다는, 차라리 자신들이 직접 시도하여 실패하는 것을 목격하기를 선호하는 세대인 것입니다. 결국 이들의 기준은 아버지 세대가 아니라, 자신의 동료, 친구가 됩니다.
셋째, 나우엔은 이 시대 사람들의 특징을 강박성(compulsiveness)으로 규정합니다. 그들은 불안, 신경과민, 정신 산만 등으로 인해 우울증으로 고통 받는 세대이며, 자신들이 속한 세상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출합니다. 비록 그들은 자신의 부모 세대보다 더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부족하지만, 이 세상을 변화시켜보고자 하는 강한 열망이 있는 세대라 할 수 있습니다.
헨리 나우엔이 50년 전에 서구 사회의 인간상을 표현한 것이 오늘날 한국사회의 모습과 너무나도 흡사한 것을 보면서 그의 예언자적 통찰력에 놀라움을 금치 못합니다. 아버지가 존재해도 충분한 소통과 관계가 결여된 ‘아버지 부재’의 현대 가정 모습과, 자기중심적이고 반권위적이며 물질적 안락함과 눈앞의 욕망을 추구하면서도 항상 무엇인가에 쫒기는 듯한 불안에 시달리는 강박적인 모습으로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것이 오늘날 전형적인 현대 그리스도인의 모습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현대인들을 대상으로 목양의 일선에 있는 사역자들에게 상처는 필연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목회자들은 2000년 전 이 땅에 오신 예수님처럼 상처 입은 치유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역자의 길에 들어선 사람은 누구나 어느 정도의 고난은 각오했겠지만, 그 현장에서 부딪치는 어려움과 그로 인한 상처가 때로는 목회를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강력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나우엔은 안토니오 포키아(Antonio Porchia)의 말을 인용하면서 현시대의 사역자를 용기내어 “하나의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백 개의 닫힌 문을 만나는” 사람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입은 상처로 인해 다른 이들이 치유되고, 새로운 구원의 생명을 가져다 주는 원천이 되기만 한다면 오늘도 우리 사역자들은 주님의 발자취를 따라 묵묵히 그 길을 갈 수 있을 것입니다.(사 53:5)
목회현장의 치유와 상담사역을 조언하는 멘토링 칼럼. 필자인 오태균 교수는 총신신대원에서 실천신학을 강의하고, 현재 한국기독교가족상담협회 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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