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주인되는 세상을 만듭시다>
"제폭구민(除暴救民), 보국안민(輔國安民)"
전북 고부에서 시작된 동학농민혁명은 이런 기치를 들고 일어섭습니다.
"폭정을 제거하고 백성을 구하자!"
"나라를 지키고 백성을 편안하게 하자!"
130년 전, 죽창 든 동학농민군들은 우금치 전투에서 신식무기로 무장한 일본군과 관군 앞에 추풍낙엽처럼 산화해 갔습니다. 이 전투에서 2만명의 동학농민군들은 겨우 3천여 명만 살아남았습니다.
죽창 든 동학농민군들은 신무기 앞에 맥없이 쓰러졌지만 그들의 정신만큼은 죽지 않았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건 항상 약자들이었어.
”진짜 의병이 싸우는 것을 뭐라 하는지 아느냐? 혁명! 전쟁은 증오가 만들지만, 이것은 사랑이 만든다!“-드라마 <녹두꽃>의 녹두장군 전봉준(최무송)의 명대사
그들은 하루를 살아도 사람답게 살고픈 꿈이 있었습니다.
그들의 혁명정신은 죽지 않고 살아남아 구한말 의병활동으로, 3.1운동으로, 4.3항쟁으로, 4.19혁명으로, 5.18민주화 운동으로, 6.10항쟁으로, 촛불혁명으로, 지금 우리들 가슴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MZ세대 젊은이들의 가슴에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에 나오는 주인공 동호를 비롯하여 모든 주인공이 우리의 친구, 누나, 형, 어머니였습니다.
총에 맞은 친구 정대를 돕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다가 도청 상무관에 들어가 시신 수습을 도운 동호.
죽은 자신의 시신을 바라보며 속상해 하는 누나와 동호, 혼이 되어 두 사람을 바라보는 정대.
부정한 내용을 쓴 희곡출간을 도왔다는 이유로 경찰에게 7대의 따귀를 맞은 은숙.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글을 쓰는 작가의 인터뷰 요청을 받지만 그 날의 아픈 기억이 떠올라 인터뷰를 하지 못하는 선주.
동호가 죽기 전 동호를 데리러 도청에 갔지만 끝내 만나지 못한 어머니, 어머니는 동호를 그리워하며 살아갑니다.
동호, 정대, 은숙, 선주, 동호 어머니 등 그들은 소설 속에 나오는 주인공들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오늘 우리의 친구, 언니, 동생, 누나, 형, 어머니로서 5.18의 아픔과 고통으로 계속되고 있습니다.
윤석열의 불법 비상계엄령은 5.18의 그날의 아픔과 고통을 반복할 뻔했습니다. 윤석열의 계획대로 오물 풍선을 띄우는 지점에 원점타격했더라면 그것은 국지전, 아니 전면전으로 발전해 한반도가 불바다가 될 뻔했습니다. 이것을 생각하면 얼마나 끔찍하고 몸서리쳐지는지 모릅니다.
민주주의는 결단코 죽지 않습니다.
민중이 주인되는 세상,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 누구나 차별, 배제, 혐오 받지 않고 대접받는 평등한 세상, 바로
그런 세상을 우리는 원합니다.
이제 우리는 윤석열의 탄핵을 통해서 새로운 변혁의 시대로 들어가야 됩니다. 그 시대는 민주 시민이 주인되는 세상입니다.직접 민주주의를 만들어 가는 거예요.
지금은 비록 모든 일상이 불안하고 혼란스럽지만 우리 손 내밀어 서로에게 힘 내시라고 손 잡아 주시기를 바랍니다.
지금 이 광장이 평등의 세상으로 가는 문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윤석열을 끌어 내리고 우리가 주인되는 세상을 만듭시다.
- 백은경 님의 글
「상한 영혼을 위하여」- 고정희
상한 갈대라도 하늘 아래선
한 계절 넉넉히 흔들리거니
뿌리 깊으면야
밑둥 잘리어도 새순은 돋거니
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
뿌리 없이 흔들리는 부평초 잎이라도
물 고이면 꽃은 피거니
이 세상 어디서나 개울은 흐르고
이 세상 어디서나 등불은 켜지듯
가자 고통이여 살 맞대고 가자
외롭기로 작정하면 어딘들 못 가랴
가기로 목숨 걸면 지는 해가 문제랴
고통과 설움의 땅 훨훨 지나서
뿌리 깊은 벌판에 서자
두 팔로 막아도 바람은 불듯
영원한 눈물이란 없느니라
영원한 비탄이란 없느니라
캄캄한 밤이라도 하늘 아래선
마주잡을 손 하나 오고 있거니
지금 새로운 세상에서 마주잡을 손이 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