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그러한 방식으로 보편성을 얻어간다.
매우 구체적인 한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가 우리의 아버지의 초상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우리를 향한 아버지의 사랑이 어떠한 것이었는지, 우리는 그 사랑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소설 작법의 의미와 주제의식을 정확히 꿰뚫어 본 독후감.
단단하고 핵심 있는 독후감.
박근호 님 감사합니다!
- 조성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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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친 박근호 님 독후감
참으로 독특한 소설이다.
작가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툭툭 내뱉듯이 글을 써내려간다.
앞뒤 맥락이 존재하는 것 같지도 않다.
단지 아버지라는 인물 주변을 서성거리면서 그에 대해서 써내려간다.
그러나 글을 읽다보면 작가의 아버지가 점점 입체적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마치 여러가지 작은 그림이 모여서 어렴풋한 하나의 대상을 묘사하는 것과 같다.
작가는 이를 점묘법이라고 부른다.
이야기의 끝자락에는 작가의 아버지를 어렴풋이 알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작가의 아버지는 혼란스러운 시대 속에서 상처받았다.
박정희의 시대에 분투하다가 옥고를 치르고 회복하기 어려운 상흔을 지고 살았다.
아버지는 용감하기도 했지만, 두려워하기도 했다.
영웅적인 모습도 있었지만, 비겁해 보이는 순간도 있어 보였다.
아버지는 정신차리기 힘든 시대 속에서 부대끼며 삶을 이어갔다.
작가는 그러한 아버지를 미화하려는 노력없이 묘사해 간다.
처음에는 단순한 아버지 회고록처럼 보였다.
그런데 글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나의 아버지가 생각이 났다.
무엇 때문이었을까.
아마도 작가의 아버지가 보이는 삶의 불일치가 나의 아버지와 비슷해 보였기 때문인 것 같다.
그리고 이는 모든 아버지가 자식들에게 들키는 모습이지 않을까.
자식에게 비추인 아버지는 장점과 단점이 뒤엉킨 혼란스러운 존재일 것이다.
이를 알아챈 자녀들은 그러한 아버지에게서 자신을 보호하려고 하게 마련이다.
글은 아버지의 죽음과 함께 마무리된다.
삶을 이야기하는 글이니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누구에게나 닥치는 귀결이다.
아버지의 죽음과 함께 되돌아보게 되는 아버지의 삶은 죽음이 있기에 더욱 완결성 있어 보인다.
작가는 돌아가신 아버지의 존재를 묵상하며 ‘사랑받는 아픔’을 이야기한다.
아버지의 기대를 받고 자란 작가는, 아버지를 자신의 꿈을 대신 이루어주기를 바라는 부담스러운 존재로 바라보았다.
아버지의 마음 속에 더 깊은 차원의 사랑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았다.
아버지의 기대와 다른 방향으로 삶이 나아가면서도 그런 생각을 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아버지는 그러한 아들을 향해서도 여전히 사랑했음을 깨닫는다.
작가가 아버지의 사랑을 거부한 것은 ‘사랑받는 아픔을 회피하고자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한 사람으로부터 사랑을 받는다는것은 그 사람과의 관계에서 전 존재의 변화를 의미하므로 존재가 변화하는 진통이 반드시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사람은 본능적으로 사랑받는 아픔을 회피하려고 하나 보다.
나의 아버지가 자꾸 생각이 났다.
훌륭한 점도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점도 있었던 아버지.
그 아버지의 존재가 내게 깊은 영향을 주는 것을 피해다녔던 젊은 시절.
나의 치기가 아버지의 강요를 이겨내었음을 자랑스러워 했던 경험들.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 또한 사랑받는 아픔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 이야기는 그러한 방식으로 보편성을 얻어간다.
매우 구체적인 한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가 우리의 아버지의 초상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우리를 향한 아버지의 사랑이 어떠한 것이었는지, 우리는 그 사랑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를 생각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