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개천절에 부쳐 우리가 물이라면 새암이 있고 우리가 나무라면 뿌리가 있다. 이 나라 한아버님은 단군이시니 - 정인보 사·김성태 곡,‘개천절

ree610 2024. 10. 3. 12:38

   개천절에 부쳐

우리가 물이라면 새암이 있고
우리가 나무라면 뿌리가 있다.
이 나라 한아버님은 단군이시니
<정인보 작사·김성태 작곡,‘개천절 노래’>

오늘 개천절은 '하늘이 열린 일'을 기념하는 날이다. 개천이란 본디 천신(天神)인 환인의 뜻을 받아 환웅(桓雄)이 처음으로 하늘을 열고 백두산 신단수 아래로 내려와 홍익인간(弘益人間)의 뜻을 펼치기 시작한 사건을 가리킨다.
개천절은 이 사건을 기념하고, 서기전 2333년 음력 10월 3일 국조 단군이 최초 민족국가인 단군조선의 건국을 기리는 뜻으로 제정되었다.

지금부터 730여 년 전 고려시대에 일연 선사는〈삼국유사>를 출간했다.〈삼국유사> 기이(紀異)편 고조선 장에 ‘단군신화’가 나오는데, 그 내용은 지금까지 우리 민족의 정서에 가장 심대한 영향을 미쳐왔다.

단군신화는 하늘을 다스리는 신인 '환인'의 아들, '환웅'이 인간 세상에 내려오면서부터 시작된다. ‘단군신화’에 곰이 사람되는 얘기가 나오는데, 지금도 우리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말을 자주 한다.

  어느 날 환웅에게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 곰과 호랑이가 찾아와 사람으로 날 수 있는 방법을 알려 달라고 한다. 환웅은 쑥과 마늘을 주면서 이것을 먹고 백일동안 햇빛을 보지 않으면 사람이 될 것이라고 일려준다.

  호랑이는 며칠이 되지않아 동굴을 뛰쳐 나갔지만, 끝까지 견딘 곰은 어여쁜 여자 '웅녀'로 태어나게 된다. ​사람으로 변신한 웅녀는 곧 환웅과 결혼하여 아이를 낳게 되는데, 바로 훗날 고조선을 세운 '단군왕검'이다.

   단군신화에는 고조선의 건국이념을 '홍익인간'으로 삼고 있다.
환웅은 홍익인간의 정신을 실천하기 위해 하늘에서 내려와 농사 등 인간 사회의 온갖 일을 주관하게 된다.

'널리 사람을 이롭게 한다'는 뜻의 홍익인간 사상은 지금도 우리나라 교육 이념이 되어있을 정도인데,
인간을 모든 가치의 우선순위에 두는 사상으로, 모든 사람을 고루 돕고, 서로 사랑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 ​ ​

그 외에 한국인이 공통적으로 지니는 사상 기반인 ‘천지인 삼재’ 사상도 ‘단군신화’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국인은 환인, 환웅, 단군의 천신, 지신, 인신을 합해서 삼신이라 부르고, 이를 하나로 보는 것이 삼신일체다.
그래서 ‘삼신할머니’라는 단수 호칭이 붙여져 내려오고 있다. 이는 곧 우주는 하나의 공동체라는 인식으로 이어진다.

유교의 성리학에서 설명하는 이원적 일원론 역시 정(情)의 논리다. 정에는 서로 나누고 살피고 보듬는 아름다운 공동체 정서가 스며 있다.
  한국인의 공동체적 가치관을 언어적으로 잘 보여주는 표현에 ‘우리’라는 것이 있다.
‘내 마누라’가 아니라 ‘우리 마누라’고, ‘내 집’이 아니라 ‘우리 집’이라 말하고, ‘내 나라’가 아닌 ‘우리나라’라고 한다.

  한국인은 ‘우리’의 범주를 넓게 가져 우주 만물을 ‘우리’ 속에 품어 안는다.

  개천절은 단순히 단군이 고조선을 건국한 날을  하늘이 열리고 반만년이 넘는 한반도의 역사가 시작된 뜻깊은 일을 기리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