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아/길

1936년 10월, 파리

ree610 2023. 7. 2. 08:58

 

1936년 10월, 파리

- 세사르 바예호

이 모든 것 중 떠나는 건 오직 나 하나뿐,
이 벤치로부터 나는 떠난다, 이 바지로부터,
나의 위대한 환경으로부터, 나의 행동으로부터,
조각조각난 나의 숫자로부터,
이 모든 것 중 떠나는 건 오직 나 하나.

엘리제 궁전으로부터, 아니면 그 모퉁이를 돌면
라 루나 거리 이상한 골목길로부터
나의 사망이 떠난다. 나의 요람이 떠나간다,
사람들이 에워싸여, 혼자서, 혈혈단신으로,
나와 인간적으로 같은 사람이 돌아본다
그리고 하나씩 하나씩 자신의 그림자를 떨치고 간다.

이내 나는 모든 것으로부터 멀어진다, 왜냐하면 모든 것이
알리바이를 성립시키기 위해 남게 되니까,
나의 구두, 구두끈이 꿰어졌던 구멍, 또한 밑바닥이 진흙
그리고 아직 단추가 채워진 내 와이셔츠의
굽은 팔굽치 자국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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