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아/편지

가을 문안

ree610 2022. 10. 31. 07:02

[가을 문안]

- 김종해 -

나는 당신이 어디가 아픈지 알고 있어요

알고 있어요, 하지만 나는 말할 수 없습니다.

오오, 말할 수 없는 우리의 슬픔이

어둠 속에서 굳어져 별이 됩니다.

한밤에 떠 있는 우리의 별빛을 거두어

당신의 등잔으로 쓰셔요.

깊고 깊은 어둠속에서만 가혹하게 빛나는 우리의 별빛

당신은 그 별빛을 거느리는 목자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어요.

종루에 내린 별빛은 종을 이루고

종을 스친 별빛은 푸른 종소리가 됩니다.

풀숲에 가만히 내린 별빛은 풀잎이 되고

풀잎의 비애를 다 깨친 별빛은 풀꽃이 됩니다.

핍박받은 사람들의 이글거리는 불꽃이

하늘에 맺힌 별빛이 될 때까지

종소리여 풀꽃이여.....

나는 당신이 어디가 아픈지 알고 있어요.

알고 있어요, 하지만 나는 말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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