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김태형 연구위원
현재 이재명과 이낙연은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1위 자리를 두고 경쟁하고 있다.
나는 이재명에 대해서는 『대통령 선택의 심리학』(2017년)과 곧 출간될 『이재명론』에서 상세한 심리분석을 진행한 바 있다.
반면에 이낙연에 대해서는 짤막한 인터뷰 기사 등을 통해서만 언급해왔다.
이에 국민들의 판단을 돕기 위해 이낙연에 대한 심리분석 결과를 소개하고자 한다.
현재 이재명과 이낙연은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1위 자리를 두고 경쟁하고 있다. 나는 이재명에 대해서는 『대통령 선택의 심리학』(2017년)과 곧 출간될 『이재명론』에서 상세한 심리분석을 진행한 바 있다. 반면에 이낙연에 대해서는 짤막한 인터뷰 기사 등을 통해서만 언급해왔다. 이에 국민들의 판단을 돕기 위해 이낙연에 대한 심리분석 결과를 소개하고자 한다.
1. 이낙연은 왜 대통령이 되려고 하는가?
* 멋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대권에 도전하다
이낙연은 왜 대통령이 되려고 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멋있어 보여서’이다.
이낙연은 어렸을 때에는 아나운서를 꿈꿨다. 그 이유에 대해 “아나운서가 멋있어 보였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중학교 시절에는 법조인을, 고등학교 때는 기자를 지망했다. 이낙연은 고등학교 시절에 매일 같이 동아일보를 보다가 기자를 선망하게 된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고등학교 때는 《동아일보》를 매일 봤어요. … 기자가 세상과 현실을 분석하고 평가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게 멋있어 보였어요.(『이낙연의 약속』, 2021, 21세기북스, 36쪽)
멋있어 보이는 사람을 꿈꿨지만, 이낙연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 금융부문 회사에 취직해 평범한 직장인으로서의 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는 어느 날 갑자기 방향을 전환해 언론계에 발을 들이게 되었는데, 그것은 친구들이 직장인이었던 자기를 멋있는 사람으로 높게 평가해주지 않아서였다.
“투자신탁이라는 금융업 자체가 국내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됐던 때여서 친구들도 제 회사 이름을 외우지 못하고 만날 때마다 뭐하는 데냐고 물었다. 자존심이 상해서 어떻게 하면 좋을까 생각하던 중에 어느 날 선배네 집의 신문에서 우연히 기자 모집 광고를 봤다. 그게 언론에 발을 들여놓은 계기였다.”(이낙연, 2020년 8월 12일, 『한겨레』 인터뷰)
사람들의 눈에 멋있지 않은 평범한 존재로 비춰지는 것을 견딜 수 없었던 이낙연은 기자가 됨으로써 멋있는 사람으로서 살아가는 첫걸음을 내디뎠다. 이후 그가 김대중의 권유로 정치에 입문하게 된 것, 국회의원과 도지사를 거쳐 총리가 된 것 그리고 대통령이 되려고 하는 것에도 이 ‘멋있어 보이기 위해서’가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멋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것은 세상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다, 선망의 대상이 되어 목에 힘주며 살고 싶다는 욕망에 다름 아니다. 따라서 이낙연에게서 가장 우세한 욕망은 인정 욕망, 과시 욕망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런 욕망의 기저에는 사랑받고 싶은 욕망, 존중받고 싶은 욕망의 좌절과 그로 인한 결핍이 깔려있다.
이낙연은 본인이 자각하고 있던 자각하지 못하고 있던 간에 ‘멋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살아왔고 그 욕망을 나름대로 완결짓기 위해 대권에 도전하고 있다. 그리고 뒤에서 살펴보겠지만 이것이 그의 가장 큰 약점이다.
* 초라한 자기 개념과 자기 혐오
이낙연은 왜 멋있는 사람이 되기를 갈망해왔을까? 스스로를 괜찮은 사람이라고 믿는 이는 ‘남들이 자기를 멋있는 사람으로 보는가’에 연연해하지 않는다. 반면에 스스로를 변변찮은 사람이라고 믿는 이(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못생겼고 게으르고 머리도 나빠’와 같은 부정적인 자기 개념을 가진 사람)는 반드시 남들의 눈에 멋있는 사람으로 비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초라한 자기를 대면하는 데서 오는 고통을 방어하고 보상할 수 있어서다.
법조인을 꿈꾸던 이낙연에게 그의 아버지는 “남자 쓸만한 놈은 공부 안 해도 다 먹고 사는데 너는 못나서 공부나 해야 먹고 살겠다.”(『이낙연의 약속』, 2021, 21세기북스, 36쪽)고 말했다. 이 사례는 이낙연이 아버지의 지지를 받으면서 자라났던 아들이 아니었음을 시사해준다. 부모가 자식을 칭찬하고 지지해주기는커녕 ‘못났다’고 말하면, 자식은 스스로를 못난 아이로 여기게 된다. 나아가 자신은 못난 아이라서 사랑받을 자격, 존중받을 자격이 없다고 믿게 된다. 이것은 너무나 큰 고통이므로 아이의 내면에서는 하루빨리 멋있는 아이가 되어서 부모로부터 사랑과 존중을 받고야 말겠다는 욕망이 강렬해진다. 아마도 이런 과정 속에서 멋있는 사람이 되려는 욕망이 이낙연의 기본욕망이 되었을 것이다.
이낙연이, 적어도 무의식적으로는, 스스로를 볼품없는 사람으로 여기고 있음은 자신의 청춘 시절을 ‘누추’, ‘남루’와 같은 특이한 말로 묘사하는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자신의 대학 시절을 다음과 같이 회고하고 있다.
“기록에 남는 것은 무슨 대학 무슨 과가 남겠지만 한꺼풀만 벗기면 어쩌면 누추, 남루, 이런 표현 쓰는 것조차도 자기 미화지요. 그것보다 훨씬 더했을 수도 있어요.”(『이낙연의 약속』, 2021, 21세기북스, 22쪽)
이낙연은 또한 방을 구할 돈이 부족해서 독서실 생활을 하게 되었을 때의 심경을 “저녁에 잘 때는 팔걸이 없는 의자 몇 개 붙여놓고 책 몇 권 쌓아서 옆으로 누워 자는 그런 청춘이니 누추하다, 남루하다 했지요. 그보다도 청춘이 있는 줄조차 몰랐으니까요.”(『이낙연의 약속』, 2021, 21세기북스, 23쪽)라고 묘사했다. 이렇게 그는 자신의 젊은 시절에 대해 반복적으로 누추하다, 남루하다고 말하고 있다. 심지어는 ‘청춘이 있는 줄조차 몰랐다’는 다소 충격적인 말까지 하고 있다.
이낙연이 대학을 다녔던 시절에는 가난으로 온갖 고생을 해야만 했던 대학생들이 흔했다. 그렇지만 그런 고생을 했다고 해서 자신의 청춘 시절을 ‘누추’, ‘남루’라는 말로 요약하고 아예 청춘이 없었다고까지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것은 이낙연이 자기 자신을 좋게 보지 못했으며 그 결과 자기혐오적인 심리가 꽤 심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낙연은 병으로 고생을 하던 대학교 4학년 때, 고향에 다녀오다가 야간열차 속에서 서울의 야경을 보게 되었다. 그는 이때의 심경을 “서울로 들어오면 야경은 황홀한데 저 화려한 서울에 내 몸 누일 곳 하나 없구나 싶었지요.”라고 회고하고 있다. ‘내 몸 하나 누일 곳 없다’는 느낌은 사회로부터 배제당하고 추방당할지도 모른다는 불안 나아가 사회적 유기공포와 통한다. 어쨌든 분명한 것은 젊은 시절의 이낙연이 ‘비가 새는 판잣집에 새우잠을 자더라도’ 미래를 낙관하면서 명랑하고 씩씩하게 생활했던 사람이 아니었고, 그것에는 초라한 자기 개념과 자기 혐오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 공익추구형 정치인이 되지 못한 까닭
부모로부터 사랑과 지지를 받지 못해 부정적인 자기 개념을 갖게 된 사람은 세상 사람들이 자기 정체를 알게 되면 자신을 싫어하고 미워하게 될 것이고 결국에는 사회로부터 추방당하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 – 사회적 유기공포 - 에 시달리게 된다. 나아가 자기 자신을 싫어하고 혐오하게 될 수 있다. 이러한 두려움과 자기 혐오감은 사회로부터 받아들여지고 사람들한테서 존중받는 선망의 대상이 되려는 욕망을 강화한다. 한마디로 사람들로부터 환영받고 떠받들리는 ‘멋있는 사람’이 되는 것에 목을 걸게 된다는 것이다.
이낙연 본인은 자신의 사적인 욕망을 자각하지 못하고 있을 수 있다. 즉 의식적으로는 자신이 대통령이 되려고 하는 것이 오직 국민을 위해서라고 굳게 믿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본인의 자각 여부와는 상관없이 멋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사적 욕망이 이낙연의 대권 도전을 추동하는 가장 중요한 동기로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즉 이낙연은 자신의 심리적 상처를 치유하지 못하는 한 사익추구형 정치인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2. 왜 민주당의 후보가 되었는가?
* 꽃길만 걸어온 정치인 : 안전한 길 선호
공익추구형 정치인은 공익을 위해서는 기꺼이 개인적 손해를 감수하려 하지만 사익추구형 정치인은 자신에게 손해가 될 일을 한사코 피한다. 이낙연이 꽃길만을 걸어왔다는 비판을 받는 것은 이와 관련이 있다.
이낙연은 동아일보에서 기자를 하던 시기에 김대중에게 발탁되어 2000년 총선거(16대 국회)에서 당시 집권 여당이었던 새천년민주당의 공천을 받아 고향인 전남 함평·영광에서 당선되어 정치에 입문했다. 이후 4선에 성공했고 전남도지사를 역임했으며, 2017년 5월에 문재인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가 되었다. 이런 이낙연의 순탄한 정치인생은 그가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 온몸을 던져 피흘리며 싸워온 정치인이 아니라 안전한 길로 편안하게 걸어온 정치인임을 시사해준다.
자신을 초라한 존재로 여기는 자신감 부족한 사람은 기성 권위를 등에 업으려고 한다. 쉽게 말해 자력으로 위기를 돌파하기보다는 후광 효과 덕을 보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낙연은 김대중의 후광 효과에 힘입어 호남에서 정치기반을 다졌다. 문재인 대통령의 후광 효과에 기대어 총리직을 수행하면서 일약 대권 주자로 발돋움했다.
이낙연이 기성 권위에 저항하거나 주변의 반대를 물리치며 자력돌파를 하는 정치인이 아니라는 것은 그가 권위자의 허락이나 교감 없이는 혼자서 일을 벌이지 않는 정치 스타일을 가지고 있는 것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올해 초 이낙연이 이명박, 박근혜 사면론을 주장했을 때 그를 잘 아는 주변 사람들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평소 말 한마디 한마디에 신경 쓰는 이 대표의 스타일상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사면 문제를 청와대와 사전조율 없이 꺼냈을 리는 없다는 것이다. 이 대표의 핵심 측근은 “상식적으로 이 대표가 혼자 뭘 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사전에 청와대랑 조율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한겨레신문』, 2021년 1월 3일)
여기에서 ‘혼자 뭘 하는 사람이 아니다’라는 평은 독선적이지 않은 사람이라는 의미로 좋게 해석될 수도 있지만, 권위의 뒷배 없이는 일을 도모하기 힘들어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개인적 손해를 두려워하며 자력으로 앞길을 개척하기보다는 권위에 기대는 의존적인 정치방식은 한계가 명확할 수밖에 없다. 문재인 후광 효과가 사라지자 이낙연의 지지율이 급락한 것은 이 때문이다.
* 권력을 잡기 위해서만 무엇인가를 한다
공익추구형 정치인은 뭔가를 하기 위해서 권력을 필요로 한다. 반면에 사익추구형 정치인은 권력을 잡기 위해서만 뭔가를 한다. 이로부터 사익추구형 정치인은 신념이 뚜렷하지 않고 평소에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현상유지에만 골몰하는 경향이 있다. 한 마디로 사익추구형 정치인이 뭔가를 하고 싶다고 외치거나 아글타글 애쓰는 모습은 그가 선거에 출마했을 때에만 볼 수 있다.
멋있는 사람이 되겠다는 욕망을 극복하지 못한 정치인은 권력을 잡기까지는 열정에 불타오르지만 막상 권력을 잡아서 멋있는 사람이 되고 나면 세월만 축낼 위험이 있다. 이낙연은 ‘정치 지도자로서 시대적 철학이나 비전이 뚜렷하지 않은 것이 약점이라는 평’(『한겨레신문』, 2019년 10월 18일)을 받아왔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다음과 같이 말하기도 했다.
“정치 지도자는 합리적이고 훌륭한 태도만으로는 부족하다. 꿈과 비전, 시대정신을 갖고 있어야 하는데 이 총리는 그런 게 아직 잘 안 보인다.”(『한겨레신문』, 2019년 10월 18일)
이낙연이 전남도지사였던 시절, 전라남도는 공약이행율에서 전국 꼴찌를 기록했다. 민주당이 180석을 차지했던 유리한 조건에서 당 대표직을 수행했을 때에도 그는 별다른 개혁의지를 보여주지 못했고 보궐선거 참패를 자초했다. 이것이 과연 단순한 실수였을까?
* 만일 호남 출신이 아니었다면
이낙연은 유신 쿠데타(1972년)로 박정희의 독재정치가 기승을 부리던 시기에 대학을 다녔다. 그러나 그는 학생운동에 뛰어들지 않았다. 사법고시와 행정고시에 한 차례씩 도전했던 평범한 법대생이었다. 당시에 이낙연이 학생운동에 뛰어들지 않았던 것은 그가 기본적으로 기성 권위나 주류적 가치에 도전을 하기보다는 순응하고 의존하는 심리를 가지고 있어서다. 부모한테서 지지받지 못한 자식, 초라한 자기 개념을 가지고 있었던 이낙연에게는 아마도 부모한테 인정받는 것, 주류로부터 인정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을 것이다. 그래야만 하루라도 빨리 멋있는 존재가 될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주류 사회와 기성 권위에 맞서기보다는 순응하고 동화되려는 심리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당연히 이념적으로 한국 사회의 주류 이념인 보수 쪽으로 기울게 된다. 김대중 정부에서 정무수석을 지냈던 조순용은 “이 총리(이낙연)는 보수적 진보가 아니라 진보적 보수”(『한겨레신문』, 2019년 10월 18일)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이념적으로 보수주의자라는 것이다.
이낙연은 자신의 보수적인 이념 성향을 일관성 있게 드러냈다. 그는 전남지사 시절에 “박정희 전 대통령은 위대한 지도자”(『연합뉴스』, 2014년 11월 5일)라고 말했고, 당시 최순실 게이트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퇴진 여론이 거셌던 상황임에도 박정희 기념사업 추진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참여(『노컷뉴스』, 2016년 11월 2일)했다가 거센 비판을 받자 발을 뺐다. 〈동아일보〉 기자였을 때에도 전두환 전 대통령을 “위대한 영도자”로 지칭(『뉴데일리』, 2017년 5월 24일)함으로써 광주민주화운동을 모독했다.
2017년의 인사청문회에서 국민의 당 김광수 의원은 이낙연의 반개혁적 보수성향을 다음과 같이 비판하기도 했다.
이낙연 후보자는 1980년대 언론인들이 탄압받던 시기에 전두환 권력에 저항하기보다는 치적을 홍보하는 기사를 작성하는 등 사회정의에 대한 신념이 부족한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 … (이낙연 후보자가) 공직에 진출한 뒤에도 사회개혁을 위한 뚜렷한 활동을 찾아보기 힘들다.(『뉴데일리』, 2017년 5월 24일)
이낙연은 2021년 초에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주장했는데, 이것은 우연적 실수가 아니다. 한번은 실수일 수 있지만 주기적으로 반복된다면, 그것은 신념이기 때문이다. 이낙연은 심리적 특징으로 보나 이념적 성향으로 보나 민주당보다는 국힘당에 더 어울리는 정치인이다. 그런데 왜 그는 민주당을 선택한 것일까? 호남 출신이어서다. 만일 이낙연이 영남 출신이었다면 그는 지금 국힘당의 정치인으로 활동하고 있었을 것이다.
3. 완벽주의적인 가짜 모범생
* 가짜 모범생
이낙연은 규범이나 규칙을 잘 지키는 모범생이다. 그러나 그는 규범을 자발적으로 지켜온 진짜 모범생이 아니라 처벌(혹은 사랑 상실)이 무서워서 지켜온 가짜 모범생이다. 부모에게 사랑을 받지 못했거나 처벌을 많이 받은 아이는 부모의 사랑을 잃는 것이 두려워서, 처벌이 두려워서 규범이나 규칙을 철저하게 지키는 모범생이 될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가짜 모범생이다. 참고로, 윤석열도 이낙연처럼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가짜 모범생이다.
가짜 모범생의 특징 중 하나는 타인들에 대해 지나치게 엄격하고 과도하게 화를 낸다는 것이다. 가짜 모범생은 규범을 지키면서 사는 것이 억울하다. 즉 처벌 공포 때문에 규칙을 어기지 못하면서 사는 삶을 몹시 억울해한다. 이런 점에서 가짜 모범생의 평생 화두는 ‘억울함’이라고 할 수 있다.
억울함의 화신인 가짜 모범생은 규범을 지키지 않는 사람을 보면 극도로 화가 난다. “나는 규칙을 꼬박꼬박 지키면서 사느라 이렇게 힘들었는데, 감히 규칙을 어겨?” 하는 분노가 치솟아서다. 이 때문에 가짜 모범생은 규칙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한테 과도하게 화를 내고 그들을 무관용적으로 대한다. 가짜 모범생의 이런 심리적 특성이 완벽주의 성향과 결합되면 일을 자기 기준에 못 미치게 하는 사람에 대해서도 동일한 반응을 보인다.
이낙연은 동아일보 시절에 후배 기자들이 일을 제대로 못하면 ‘모멸감을 느낄 정도로 심하게 꾸짖’(『한겨레신문』, 2019년 10월 18일)었고 후배들을 벌벌 떨게 만들만큼 ‘악명’이 높았다.(『한겨레신문』, 2017년 8월 23일) 한 보좌진은 총리 시절의 이낙연에 대해 “답을 못하면 사자 우리에 들어가 있는 비참한 느낌이 들 정도로 몰아세운다.”(『한겨레신문』, 2017년 8월 23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렇게 주변 사람들, 특히 아랫사람들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대하고 그들에게 과도하게 화를 내는 것은 가짜 모범생의 전형적인 특징 중 하나이다.
* 완벽주의자 : 실수하면 끝이다
기성의 권위(자)로부터 인정을 받아 멋있는 사람이 되려는 욕망을 신속하게 달성하려면 규범을 잘 지켜야 할 뿐만 아니라 실수를 하면 안 된다. 어린 시절부터 이낙연은 부모와 어른들한테서 인정받기 위해 완벽주의적 성향을 갈고 닦아온 것 같다. 정치인 이낙연은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는 스타일’(『한겨레신문』, 2021년 1월 3일)을 가지고 있다는 평을 받았다. 그가 극히 신중한 어법을 구사하고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자기 의견을 말하기 꺼려해 ‘엄중낙연’이라는 별명을 얻은 것 역시 완벽주의 성향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강박적으로 규범을 지키고 실수 방지에 집중하면서 살아가는 가짜 모범생, 완벽주의자는 타인들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존중하고 배려하지 못하며 칭찬에도 인색하다. 야당의 한 다선 의원은 “이 총리는 남에 대한 배려나 칭찬에 인색하다. 그러다 보니 따르는 사람이 없는데, 정치 지도자로서는 약점”(『한겨레신문』, 2019년 10월 18일)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자기 절제나 자기 통제에 목을 거는 완벽주의적인 가짜 모범생은 실수를 거의 하지 않고 일을 꼼꼼하고 성실하게 한다는 평을 듣는다. 또한 머리가 뒷받침해주는 경우에는 신중하고 차분하며 논리적으로 말을 한다는 칭찬을 듣기 마련이다. 반면에 완벽주의적인 가짜 모범생은 순발력이나 창의성이 부족하며 융통성이 없고 고지식하다. 또한 차가운 인상, 뭔가를 항상 숨기고 있는 듯한 인상을 주는 등으로 사람 냄새를 풍기지 않아서 주변에 사람들이 잘 모이지 않는다(이권을 중심으로 표면적으로 뭉치는 것은 가능하다). 그 결과 정치 지도자와 대중과의 심리적 유대를 통해 열렬한 팬덤을 형성하는 데서 어려움을 겪는다.
4. 이낙연과 개혁
대권 주자로서의 이낙연의 최대 약점은 그가 멋있는 사람이 되려는 사적 욕망을 극복하지 못한 사익추구형 정치인이라는데 있다. 사익추구형 정치인은 필연적으로 민심과 괴리되기 마련이다. 이낙연이 촛불항쟁이 한창일 때 박정희 기념사업 추진위원회에 참여했다가 사퇴했던 것, 올 초에 민심과 괴리된 사면 발언을 했다가 역풍을 맞은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개혁에 대한 신념이나 의지가 약하고 과거의 실적이나 뚜렷한 미래비전이 없으며, 비판을 두려워하고 싸움을 기피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는 이낙연(과 그의 캠프)은 경쟁자인 이재명을 꺾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라고 생각할까? 이재명에게 반감을 가지고 있는 민주당 내의 극렬한 친문세력을 이끌고 끈질지고 강력한 네거티브 공세를 퍼부어야 한다는 유혹에 빠지기 쉬울 것이고 실제로 그런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그런 공격이 계속되고 심해지면 언젠가는 이재명(과 그의 캠프)의 인내심이 임계치를 넘어서게 될 것이고 불가피하게 맞대응을 하게 될 것이다. 상대방의 일방적인 네거티브 공격에 맞공격을 하지 않아서 패배하는 상황을 수수방관할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된다면 누가 승리하든 민주당은 심각한 후유증을 겪게 될 것이다.
사익추구형 정치인은 사익이 위협당하거나 사익을 추구해야 할 때에는 뭔가를 한다. 그 외에는 뭔가를 하다가 욕을 먹기보다는 아무 것도 안 하는 쪽을 택한다. 나아가 만약 사익이 기득권층을 대변함으로써 채워질 수 있다고 판단하면 지지층, 절대다수의 국민을 배신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설사 이낙연이 대권을 쥐게 된다 하더라도 그가 기득권의 반발을 뚫고 개혁을 적극적으로, 열정적으로 추진할 가능성은 없을 것이다. 또한 주류 세력과 기성 권위에 친화적이며 비판이나 욕먹기를 두려워하는 심리적 특성으로 인해 이낙연은 절대다수 국민보다는 기득권층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일 것이다. 그 결과 개혁은 좌초되고 국가적 혼란이 심각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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