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아/삶

어느 목회자의 퇴임식 소고

ree610 2010. 1. 17. 13:44

어는 목회자의 퇴임식 - 교회는 목사의 왕국이 아니다.

교회는 목사의 왕국이 아니다



 

어느 목회자의 퇴임식 소고

교회를 위해 목사가 존재하는가, 아니면 목사를 위해 교회가 존재하는가? 목사를 섬기는 교회인가, 아니면 교회를 섬기는 목사인가?

아마도 한국교회의 지평은 이 질문에 의해 크게 두 부류로 나누어질 것 같다. 한국교회에서는 어느덧 하나님의 종이라는 명칭이 대접받기 위한 수단(신학 이론)이 되어 버렸다. 그렇기에 그 어느 때보다도 목사와 교회의 진정한 모습이 무엇인지에 대한 뼈아픈 성찰과 회개가 절실하게 요청된다.

내가 개척하여 키운 교회, 사실 남 주기는 아깝다는 게 솔직한 심정일 것이다. 그래서 하나님이 허락하시는 한 내가 계속 십자가를 지고,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내 자식에게 그 수고의 짐을 상속하도록 배려하는, 헌신된(?) 목사들이 요즘 눈에 많이 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담임목사 자리가 진짜 괜찮은 직업 환경(높은 보수, 정년 보장, 세상의 인맥 등)을 보장해 준다는 것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삐딱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다.

2009년 11월 1일 목동에 있는 경인 초등학교 강당에서 어느 목사의 퇴임식이 열렸다. 강당 안에는 500~600명의 사람들이 꽉 들어차 있었다. 일찌감치 지교회로 분가해 나갔던 두 교회(동부교회와 서부교회)의 교인들까지, 모두 세 교회의 교인들이 함께 모이기에는 교회당이 협소했기에 초등학교 강당을 빌린 것이다.

서울시 양천구 목2동 199-72 기독교한국침례회 목산교회 담임 목회자인 김현철 목사(55)는 1988년 2월 28일 홍이석 목사 가정과 함께 목산교회를 공동 개척하였다. 홍 목사가 교통사고로 담임 목회 사역을 감당할 수 없게 되자, 1990년 12월에 제2대 담임 목회자로 임직하였다. 그 후 21년 동안을 섬기던 교회를 55세라는 젊은 나이에 떠나게 된 것이다.

김현철 목사의 원래 꿈은 목회자가 아니었다.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에 진학했을 때만 해도 교수가 될 줄 알았다.그러던 어느 날 서울침례교회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하였다가 큰 충격을 받았다. 지금까지의 자신은 신앙을 즐기던 사람이었을 뿐, 진정한 의미의 기독교인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여기서 그의 인생행로는 급선회하게 되었다. 불현듯 신학에 대한 열망이 생긴 것이다. 그때가 1982년이었다. 가족들의 실망이 대단했다. 교수가 되겠다던 아들이 어느 날 갑자기 목사가 되겠다며 신학대학원에 입학했으니,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목회자란 평신도들이 자기 몫의 목회를 할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다. 그는 목회자로서 자신의 입장을 이렇게 정립했다. 그에게 있어서 교인들은 공동 사역자인 셈이다. 목회자는 단지 전임 사역자일 뿐, 특별한 신분이나 계급이 아니라는 뜻이다. 55세의 젊은 나이에(물론 목회 현장에 한해서) 잘 나가는 교회를 사임하게 된 연유 중에는, 어쩌면 담임 목회자로서 자신이 너무 교인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지 않나 하는 우려와 반성의 의미가 있는지도 모른다. 하나님을 섬긴다고 시작했다가 능력 있는 담임목사를 섬기는 쪽으로 흘러가는, 한국교회의 변질을 우리가 너무도 흔히 보고 있지 않은가.

"교회가 얼마나 성경적이고 얼마나 성숙했는지는 담임목사가 급사하면 가장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 저는 목산교회의 근황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지는 못하지만, 목산교회가 건강하다는 것을 느끼고 감동했고, 하나님께 감사드렸습니다. 지난 40년 동안 어디서도 목사 부재 시에 이런 교회를 본 적이 없습니다."

지난 해 6월 김현철 목사는 담임목사직을 조기 사임했다. 교회와의 접촉을 끊고 교회 일에 관여하지 않은 것이다. 1년 4개월 동안 교회는 담임목사 없이도 잘 이끌어져 갔다. 이것을 보며 김 목사는 감동했고, 하나님께 감사드렸던 것이다.

양은 목자의 피를 먹고 자란다. 예수그리스도께서 살과 피를 주셨듯이 목회자는 교인들에게 살과 피를 다 뜯어 먹혀야 한다. 그렇게 해서 교인은 자라난다. 하지만 목회자의 추종자가 아니라 예수의 제자로서 자라나야 하는 것이다.

"하나님의 임재를 100% 체험하는 교회가 되도록 저의 부재를 명령하신 하나님의 깊은 뜻을 모든 교인들이 이제는 이해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제가 떠난 후를 위해서 간곡히 드리는 한 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저에 대해서 좋은 평가도, 나쁜 평가도 하지 말아 주세요. 좋은 평가는 신화를 만들고, 나쁜 평가는 교인을 두 편으로 갈라 교회를 분열케 만들기 때문입니다."

이제 그의 이력서에서 '목산교회 담임목회자'라는 직함이 한 줄 줄어들게 되었다.

김현철
예수님을 주님으로 믿는 사람
Prolife(낙태반대운동연합) 부회장

그가 정해 놓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앞으로 하나님께서 그를 어떻게 사용하실지도 모른다. 그는 기도하는 중에 하나님의 이끄시는 대로 살아갈 것이다.

다음은 김현철 목사의 고별사 전문이다.

"1992년 '떠날 때는 이렇게'라는 설교를 한 이후로, 사도행전 20장에 있는 바울의 밀레도 고별 연설을 저도 따라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여러 번 여러분에게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오래 전 기록한 내용에 첨삭을 가하지 않고 이미 준비된 고별사를 그대로 할 수 있게 신앙생활의 자세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 저의 복 중의 복입니다. 사도행전 20장 18~35절을 그대로 제 고별사로 삼게 되었습니다.

목산교회에서 여러분을 만난 첫날부터 지금까지 제가 항상 여러분 가운데서 어떻게 행한 것을 여러분도 아실 것입니다.

모든 겸손과 눈물로 교인들을 대하고자 애썼습니다.

우리들을 이상한 사람들이라고 곱지 않은 눈초리로 바라보는 사람들로 인하여 당한 시험을 참으며 주를 섬겼습니다.

양들에게 유익한 것은 무엇이든지 회중 앞에서나 각 집에서나 꺼림이 없이 여러분에게 전하여 가르쳤습니다.

서울 사람이나 경기도 사람이나 몽골 사람이나 중국 사람이나 북한 사람이나 우즈베키스탄 사람이나 러시아 사람에게 하나님께 대한 회개와 우리 주 예수그리스도께 대한 믿음을 증언했습니다.

이제 저는 하나님의 지시를 따라 여러분과 헤어집니다.

그동안 저의 달려갈 길과 주 예수께 받은 사명 곧 하나님의 은혜의 복음 증거하는 일을 마치려 함에는 저의 생명을 조금도 귀한 것으로 여기지 않고 살았던 것은 환희였습니다.

그동안 여러분 중에 왕래하며 하나님나라를 전파하였으나 지금은 여러분이 다 제 얼굴을 다시 보지 못할 줄 알고 있습니다.

떠나는 길에 오늘 여러분에게 증거하는 것은 모든 사람의 피에 대하여 제가 양심 청결하니, 그 이유는 제가 꺼리지 않고 하나님의 뜻을 다 여러분에게 전하였기 때문입니다.

목자들은 자기 자신을 위하여 또한 양떼를 위하여 늘 주의하십시오. 성령이 새로운 양들 가운데 여러분으로 목자를 삼고 하나님이 자기 피로 사신 목산교회와 목산교회의 지교회들을 치게 하셨습니다.

제가 떠난 후에 흉악한 이리가 교회에 들어와서 그 양떼를 아끼지 아니하며 또한 교인을 유혹해서 자기를 추종하게 하려고 어그러진 말을 하는 사람들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음을 저는 압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늘 깨어서 제가 21년이나 밤낮 쉬지 않고 눈물로 각 사람을 훈계하던 것을 기억하십시오.

지금은 제가 여러분을 주님과 그의 은혜의 말씀에 부탁합니다. 그 말씀이 여러분을 능히 든든히 세워서 거룩케 하심을 입은 모든 자 가운데 기업이 있게 하실 것입니다.

저는 그 어떤 교인의 재물을 탐하지 아니하였고 여러분도 아시는 바와 같이 제 손으로 목회에 필요한 자금을 충당했으며 범사에 여러분에게 모범을 보였으니 이같이 수고하여 약한 사람들을 돕고 또 주 예수의 친히 말씀하신 바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이 있다' 하심을 기억하여야 할 것입니다.

모든 교인들은 주님 뜻에 전폭적으로 순복함으로 평안하십시오. 모든 목자들은 목숨을 바쳐 양들을 사랑하라는 주님의 말씀을 최상의 명령으로 알아 사랑의 모델이 되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