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큰 딸을 입양했다. 전처와 내가 태어난 지 사흘 된 아이를 오하이오 콜럼버스의 한 병원에서 데려왔다.
아이가 이십 일 되었을 때 우리는 새 직장을 얻어 캘리포니아 산디에고로 이사하였다.
우리 부부는 아이를 간절히 바랐지만 임신이 되지 않았다.
불행하게도 우리는 여러 해 동안 결혼생활에 문제가 있어서 힘들었고,
캘리포니아로 이사할 무렵에는 거의 파경상태에 이르러 결국 헤어지기로 마음먹게 되었다.
우리가 이혼에 합의했을 때 아이는 여섯 달이었고,
입양이 법적으로 최종 결정되기까지 한 달 가량 남아 있었다.
우리는 둘 다 아이를 많이 사랑했다.
그러나 한편 이혼을 하면 입양 당국의 판단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어쩌면 아이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주 동안 우리는 고민을 했고, 결국 부끄럽지만 입양이 최종 판결날 때까지 함께 산다고 거짓말을 하기로 했다.
그들이 전화를 걸어오면 우리 사이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대답할 참이었다.
그렇게 마음먹은 바로 그날, 우리 집 전화가 갑자기 원인 모르게 먹통이 되었다.
나는 회사에 전화를 걸었고,
“글쎄, 무슨 까닭인지 모르겠네요. 아무튼 내일 아침까지는 통화되도록 조처하겠습니다.”라는 대답을 들었다.
그날 밤, 미세한 음성이 계속해서 내게 우리가 잘못 결정했다고 속삭였다.
결국 나는 아내에게 아무래도 진실을 밝혀야겠다고 말했다.
어떤 값을 치르더라도, 딸을 데리고 있는 것보다 진실성(integrity)을 지키는 것이 우리에겐 더 중요했다.
우리가 아이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으며 혼자된 부모일망정 계속해서 사랑하겠다고 말하기로 우리는 마음을 모았다.
아침 8시 반, 전화벨이 울리고 아내가 수화기를 들었다.
입양 담당관이었다. “확인하기 위해 전화 드립니다.”
아내가 말했다. “좋습니다. 사실대로 말씀드리지요. 문제가 조금 생겼어요.
남편과 나는 지난 몇 년 동안 부부생활에 힘들었고 결국 갈라서기로 합의했습니다.
별로 좋은 소식이 아니라는 건 잘 압니다.
그래도 우리는 레나를 아주 많이 사랑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함께 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전화기 저쪽에서 한참 동안 침묵이 흘렀다.
이윽고 담당관이 말했다. “이틀 전 익명의 제보자가 우리에게 당신들이 이혼에 합의했다는 사실을 알려줬어요.
우리는 회의 끝에 만일 당신들이 사실대로 정직하게 말하면 당신들을 도와주기로 내부결정을 내렸지요.
그러나 당신들이 우리를 속이면 레나를 데려오기로 했어요. 진실을 말해줘서 기쁩니다.”
그녀가 말을 이었다. “어제 온종일 댁에 전화를 걸었는데 계속 불통이더군요.”
그날 전화가 고장 나지 않았다면, 우리는 틀림없이 거짓말을 했을 것이다.
이십오 년 동안 사용해왔는데 단 한 번도 끊어져본 적 없던 전화가 하필이면 그날 불통이라니!
두 달 뒤 우리는 레나의 입양을 합법적으로 마무리했다.
비록 전처와 내가 십오 년간 떨어져 살았지만, 아이는 자기를 사랑하는 두 쌍의 부모 밑에서 잘 자랐다.
그것은 기적이었을까?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달리 설명할 수가 없고, 그 사건은 내게 희망을 주었으며 연관된 우리 모두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세상에는 이와 비슷한 일들이 수없이 발생하거니와,
내가 간절히 바라는 기적이 끝내 일어나지 않는 때도 물론 많이 있다.
두 경우 모두 나는 설명할 말이 없다.
-John Izzo, Second Innocence (Berret-Koehler Publishers, San Francisco, 2004), pp. 146-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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