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를 맞으며]
-용혜원-
촉촉히 내리는 가을비를 맞으며
얼마만큼의 삶을
내 가슴에 적셔왔는가 생각해본다
열심히 살아가는 것인가!!
언제나 마음 한구석에
허전한 마음으로 살아왔는데
훌쩍 떠날 날이 오면
미련없이 떠나버려도 좋을 만큼 살아 왔는가
봄비는
가을을 위하여 있다지만
가을비는
무엇을 위하여 있는 것일까
싸늘한 감촉이
인생의 끝에서 서성이는 자들에게
가라는 신호인 듯 한데
온몸을 적실 만큼
가을비를 맞으면 그때는 무슨 옷으로
다시 갈아입고
내일을 가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