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아/시 1563

[새벽별] -이정하- 내가 그대를 보고 싶어하는 마음처럼 저 별은 이 밤 내내 홀로 반짝이고 있을테지 그렇게 아프게 반짝이다가 새벽이 되면

[새벽별]-이정하-내가 그대를 보고 싶어하는 마음처럼저 별은 이 밤 내내 홀로 반짝이고 있을테지그렇게 아프게 반짝이다가새벽이 되면 말없이 자취를 감추고 말겠지산다는 건 그렇듯 쓸쓸히혼자서 걸어가야 하는 길 같은 것이라서길에 들어선 이상 서럽지만걸어가지 않을 수도 없는 일이라서나는 가만히 한숨을 쉬어본다길을 가다 어둠이 걷히고 별이 지면여태 마음 둘 곳 없었던내 오랜 그리움도 눈을 감을 수 있을 것인지숨가쁜 사랑이여, 이제 그만 쉬어가라숨가쁜 사랑이여, 이제 그만 쉬어가라

모리아/시 2025.05.21

[어느 날 길 위에 멈춰 서서] -양광모- 어느 날 길 위에 멈춰 서서 이미 지나온 길을 바라볼 때 가슴에 꽃 한 송이 피어나기를 어느 날

[어느 날 길 위에 멈춰 서서]-양광모-어느 날 길 위에 멈춰 서서이미 지나온 길을 바라볼 때가슴에 꽃 한 송이 피어나기를어느 날 길 위에 멈춰 서서아직 걸어가야 할 길을 바라볼 때가슴에 태양 하나 떠오르기를그러나 그 어느 날도 아닌바로 오늘 길 위에 멈춰 서서먼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을 바라볼 때가슴에 사랑 가득 샘처럼 솟아오르기를함께 손잡고 그 길을 걸어가기를

모리아/시 2025.05.20

[그저 그립습니다] -조병화- 나의 밤은 당신의 낮 나의 낮은 당신의 밤 세월을 이렇게 하루 앞서 사는 나의 세월 그 만큼 인생이라는 세월

[그저 그립습니다]-조병화-나의 밤은 당신의 낮나의 낮은 당신의 밤세월을 이렇게 하루 앞서 사는 나의 세월그 만큼 인생이라는 세월을당신 보다 먼저 살아가는 세월이여서세상의 쓰라린 맛을먼저 맛보고 지나가는 세월이지만당신에게 전할 말이란 말 한마디뿐이옵니다.그저 그립습니다.세상엔 천둥 벼락이 하두 많아서하루아침에 천지가 변할 수 있어한치 앞을 모르는 인생을 살아가는 나로서어찌 소원 같은 것을 하겠습니까만내게 남은 말 한마디는,그저 그립습니다.그저 그립습니다.

모리아/시 2025.05.19

[아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 -김준태- 아아, 광주여. 우리나라 십자가여. 광주여, 무등산이여. 죽음과 죽음 사이에 피눈물

[아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김준태-아아, 광주여. 우리나라 십자가여. 광주여, 무등산이여. 죽음과 죽음 사이에 피눈물을 흘리는 우리들의 영원한 도시여. 호남의 광주여. 우리들의 아버지는 어디로 가셨나요? 우리들의 어머니는 어디서 쓰러졌나요? 우리들의 아들은 어디에서 죽어져서 어디에 가 파묻혀 있나? 우리들의 귀여운 딸들은 또 어디에 눈을 뜬 채 누워 있나? 우리들의 혼백은 어디에서 찢어져서 산산이 조각나버렸나? 산산이 흩어졌나? 꽃떼들도 나비들도 흩어져버린 광주여. 호남이여. 쓰러지고 엎어지고 다시 일어서는 우리들의 피투성이 도시여. 죽음으로써 삶을 찾으려 했던 아아, 너 통곡뿐인 남도의 불사조여. 광주여. 불사조여. 남도의 불사조여. 해와 달이 곤두박질치고 이 시대의 모든 산맥들이 엉터리..

모리아/시 2025.05.18

[오월 아침] -도종환- 찔레꽃이 핀 아침입니다 하늘색 옷을 입고 할머니와 함께 유치원 가는 아들의 뒤를 따라 출근을 합니다..

[오월 아침]-도종환- 찔레꽃이 핀 아침입니다하늘색 옷을 입고 할머니와 함께유치원 가는 아들의 뒤를 따라 출근을 합니다. 돌틈에 자라는 풀한창 푸르게 크는 밤나무 잎새로 오랜만에 푸르게 내려앉은 하늘을 보며 자꾸만 뒤를 돌아다보는 아이에게어서 가자고 손짓을 하며어제 죽은 또 한 사람의 젊은이를 생각합니다. 찔레꽃이 피고 나뭇잎이마음대로 자라는 해마다 오월은푸른 아침과 함께 오건만아직도 목숨을 건 싸움은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되찾아야 할 것들을 목놓아 부르며하늘 한 중턱에 목숨을 꽂는 사람들과이미 던질 것을 다 던진 마음으로아직 살아서 싸우는 사람들의끝나지 않은 오월의 아침을 걸어갑니다. 그 많은 죽음들 때문에꼭 부활을 생각케 하는죽은 자에게도 산 자에게도 잊혀질 수 없는또다시 찔레꽃 피는 오월의 아침입니다

모리아/시 2025.05.17

[개화] -김옥준- 살면서 누구나 겪는 온갖 경험을 통해 깨어나리 그리하면 거기서 하나의 개화가 찾아오리 생의 고통 그 형벌에서 초월하리

[개화]-김옥준-살면서 누구나 겪는 온갖 경험을 통해깨어나리그리하면 거기서 하나의 개화가 찾아오리생의 고통 그 형벌에서 초월하리가슴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진실의 소리그 소리 가만히 들어라채울 수없는 사랑 같은 것풀잎같이 흔들리는 인간의 마음 같은 것삶이란 투쟁이다살기 위한 불법적 투쟁 전쟁이다기계적 계산적으로 변하지 말고진솔하게 살아가면 개화가 오리이 시대의 자화상흐르지 않는 물은 썩고날개 짓 할 수 없는 새는 추락하고열심히 뛰지 않는 자는 간난을 면하지 못하듯이열심과 진실 그리고 성의껏 살아라아름다운 개화가 될 때까지

모리아/시 2025.05.16

[잠언시] -막스 에르만- 세상의 소란함과 서두름 속에서 너의 평온을 잃지 말라. 침묵 속에 어떤 평화가

[잠언시] -막스 에르만- 세상의 소란함과 서두름 속에서 너의 평온을 잃지 말라. 침묵 속에 어떤 평화가 있는지 기억하라. 너 자신을 포기하지 않고서도 가능한 한 모든 사람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라. 네가 알고 있는 진리를 조용히 그리고 분명하게 말하라. 다른 사람의 얘기가 지루하고 무지한 것일지라도 그것을 들어주라. 그들 역시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갖고 있으므로. 소란하고 공격적인 사람을 피하라. 그들은 정신에 방해가 될 뿐이니까. 만일 너 자신을 남과 비교한다면 너는 무의미하고 괴로운 인생을 살 것이다. 세상에는 너보다 낫고 너보다 못한 사람들이 언제나 있게 마련이니까. 네가 세운 계획뿐만 아니라 네가 성취한 것에 대해서도 기뻐하라. 네가 하는 일이 아무리 보잘 것 없더라도..

모리아/시 2025.05.13

[그리움] -이상윤- 얼마나 아파야 꽃이 될 수 있을까 얼마나 더 순결해져야 울음이 될 수 있을까 그리움 하나로 새들은 서쪽 하늘을

[그리움]-이상윤-얼마나 아파야 꽃이 될 수 있을까 얼마나 더 순결해져야울음이 될 수 있을까 그리움 하나로새들은 서쪽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강물은 뿌리까지도 남김 없이온 몸 바다로 가 닿네돌아오지 않는 사랑 앞에서날마다 가난한 마음으로푸른 등을 내거는 별들이 땅에 살고 있는 우리는얼마나 더 외로워져야가슴에 작은 아픔 하나밝힐 수 있을까

모리아/시 2025.05.12

[상사] -김남조- 언젠가 물어보리 기쁘거나 슬프거나 성한 날 병든 날에 꿈에도 생시에도 영혼의 철사줄 윙윙 울리는 그대 생각

[상사]-김남조-언젠가 물어보리기쁘거나 슬프거나성한 날 병든 날에꿈에도 생시에도영혼의 철사줄 윙윙 울리는그대 생각천 번 만 번 이상하여라다른 이는 모르는이 메아리사시사철내 한평생골수에 전화오는그대 음성언젠가 물어보리죽기 전에 단 한 번 물어보리그대 혹시나와 같았는지를

모리아/시 2025.05.11

[오늘처럼만 사랑하자] -박노해- 오늘은 사랑 하나로 눈부신 날 우리 오늘처럼만 사랑하자 검푸른 우주 어느 먼 곳에서 그대와 내 별의 입맞춤

[오늘처럼만 사랑하자]-박노해-오늘은 사랑 하나로 눈부신 날우리 오늘처럼만 사랑하자검푸른 우주 어느 먼 곳에서그대와 내 별의 입맞춤이 있어떨리는 그 별빛 여기 도착해사랑의 입맞춤으로 환히 빛나니우리 오늘처럼만 사랑하자오늘은 사랑 하나로 충분한 날우리 오늘처럼만 걸어가자바람 부는 길 위에서 그대와 나한 줌의 씨알처럼 가난할지라도가슴에 새긴 입맞춤 하나로함께 가는 걸음마다 꽃을 피우리니우리 오늘처럼만 사랑하자오늘은 사랑 하나로 감사한 날우리 오늘처럼만 바라보자해와 별이 하루도 쉬지 않고 비추듯좋은 날도 힘든 날도 함께 앞을 바라보며세상의 아프고 힘든 또 다른 나와 함께이 한 생이 다하도록 깊어지는 사랑으로우리 오늘처럼만 사랑하자​

모리아/시 2025.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