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아/시 1415

[첫눈] -강은교- 첫눈이 내린다 흙에 닿으면 흙으로 눈물에 닿으면 눈물로 내리는 족족 녹으며 자꾸 내린다 웬 슬픔들 여기엔 이리 많은지

[첫눈]-강은교-첫눈이 내린다흙에 닿으면 흙으로눈물에 닿으면 눈물로내리는 족족 녹으며자꾸 내린다웬 슬픔들 여기엔 이리 많은지동구 밖 넓은 길 훠이훠이 떠돌다가더는 몸비빌 곳 없어찾아오신 넋들구름 위에서 구름이 부서진다바람 앞에서 바람이 부서진다어이 하리 못다한 우리네 사랑내려 쌓이지 않으면 어이 하리첫눈을 맞는다흙이 되어 흙을눈물이 되어 눈물을 맞는다살아서 형체도 없이 살아서파란만장 골목마다흩어지는 아우성들어디 한번 당신 옷깃에녹는 살 대어보리라며가슴팍이란 가슴팍끓는 김 되어 용솟음치리라며혹은 당신 이마 밑얼음으로 깊이 깊이합치리라며

모리아/시 2024.11.27

[겨울비] -신경희- 어젯밤 꿈속에서 당신을 보았습니다. 낙엽지는 가을 내내 당신의 안부가 궁금하였지만 끝내 소식없이

[겨울비]-신경희-어젯밤 꿈속에서 당신을 보았습니다. 낙엽지는 가을 내내 당신의 안부가 궁금하였지만 끝내 소식없이 가을 낙엽과 함께 보내고 ​겨울비가 내리는 새벽에서야 꿈에서 당신을 만났습니다. 안녕 하신지요. 엽서 한장 보내고 싶은 마음에는 낙엽이 가득히 쌓이고 ​침묵속에 당신의 행복을 위하여 가만히 두손을 모았습니다. 꿈속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아직은 인연의 끝이 아니기에 ​늦은 가을편지를 겨울비에 실어서 보내드립니다. 거름이 되기위해 몸을 흔들어 떨어지는 낙엽의 섭리를 알아가 듯이 때로는 가장 소중하면서도 ​끝내 소유할 수 없음도 알아가는 것이 우리의 삶이 된다는 것을 쌓여가는 낙엽위로 별빛이 내려 앉듯이 오늘은 겨울비가 차곡히 쌓입니다.

모리아/시 2024.11.26

조용한 날들 - 한강 아프다가 담 밑에서 하얀 돌을 보았다 오래 때가 묻은 손가락 두 마디만 한 아직 다 둥글어지지 않은 돌

조용한 날들- 한강아프다가담 밑에서하얀 돌을 보았다오래 때가 묻은손가락 두 마디만 한아직 다 둥글어지지 않은 돌 좋겠다 너는, 생명이 없어서아무리 들여다봐도마주 보는 눈이 없다어둑어둑 피 흘린 해가네 환한 언저리를 에워싸고나는 손을 뻗지 않았다무엇에도아프다가 돌아오다가지워지는 길 위에쪼그려 앉았다가손을 뻗지 않았다

모리아/시 2024.11.23

[동행] -조미하- 살다보니 탄탄대로만 있는 것이 아니더라 꼬불꼬불 산길과 숨차게 올라야 할 오르막길 금방 쓰러져 죽을 것 같아..

[동행]-조미하-살다보니탄탄대로만 있는 것이 아니더라꼬불꼬불 산길과숨차게 올라야 할 오르막길금방 쓰러져 죽을 것 같아주저 앉았을 때밝은 빛이 보이는 등대같은 길도 있더라숨가쁜 인생길이리저리 넘어져보니어느새 함께가는 벗이 생겼고따뜻한 눈으로 바라보고 아껴주는아름다운 이들이 함께 가고 있더라결코 만만치 않은 우리 삶스스로 터득한 삶의 지혜와깨우침을 준 내 인생에 참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한 치 앞을 모르는 우리의 내일을처진 어깨 감싸주고 토닥이며참 좋은 이들과 함께 가는 동행길그 또한 행복이 아니던가

모리아/시 2024.11.23

[세상에 나와 나는] -나태주- 세상에 나와 나는 아무 것도 내 몫으로 차지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꼭 갖고 싶은 것이 있었다면..

[세상에 나와 나는]-나태주-세상에 나와 나는아무 것도 내 몫으로차지하려 하지 않았습니다꼭 갖고 싶은 것이 있었다면푸른 하늘빛 한 쪽바람 한 줌노을 한 자락더 욕심을 부린다면굴러가는 나뭇잎새하나세상에 나와 나는어느 누구도 사랑하는 사람으로간직해 두고 싶지 않았습니다꼭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다면단 한 사람눈이 맑은 그 사람가슴속에 맑은 슬픔을 간직한 사람더 욕심을 부린다면늙어서 나중에도 부끄럽지 않게만나고 싶은 한 사람그대

모리아/시 2024.11.22

<양심이라고> - 늦봄 문익환 양심이라고 뭐 대단한 게 아잉 기라 좋은 거 좋다고 하는 기 양심인 기라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거 그걸

- 늦봄 문익환 양심이라고 뭐 대단한 게 아잉 기라 좋은 거 좋다고 하는 기 양심인 기라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거 그걸 좋다고 하는 기 양심 아이가 그렇다문사 올케 좋고 시누이 좋은 건 그기야 콧날이 찡하는 양심 아이가 매사가 다 그렁기라 사내 좋고 마누라 좋은 걸 좋다고 하는 거 그것도 우리 집 말뚝매양 든든한 양심 아이가 두말하면 잔소린 기라 백성 좋고 대통령 좋은 건 또 어떻고 정말 그렁게 있을까 싶다만 그렁 게 있다면 그건 민주적인 양심이라고 할 게 아이가 88 올림픽 남북 단일팀을 만들고 서울 평양 왔다 갔다 하며 축구다 농구다 수영이다 육상이다 얼싸안고 목이 터지게 평양 이겨라 서울 이겨라가 아이라 우리 팀 이겨라 응원할 수 있다면 그거야 북쪽 사람도 좋고 남쪽 우리도 좋고 그럴 거 아이가 미..

모리아/시 2024.11.21

[내가 얼마나 더 외로워져야] -유안진- 내 청춘의 가지 끝에 나부끼는 그리움을 모아 태우면 어떤 냄새가 날까 바람이 할퀴고 간 사막처럼

[내가 얼마나 더 외로워져야] -유안진- 내 청춘의 가지 끝에 나부끼는 그리움을 모아 태우면 어떤 냄새가 날까 바람이 할퀴고 간 사막처럼 침묵하는 내 가슴은 낡은 거문고 줄 같은 그대 그리움이 오늘도 이별의 옷자락에 얼룩지는데 애정의 그물로도 가둘 수 없었던 사람아 때 없이 밀려오는 이별을 이렇듯 앞에 놓고 내가 얼마나 더 외로워져야 그대를 안을 수 있나 내가 얼마나 더 외로워져야 그대 사랑을 내것이라 할 수 있나

모리아/시 2024.11.21

[11월의 노래] -김용택- 해 넘어가면 당신이 더 그리워집니다 잎을 떨구며 피를 말리며 가을은 자꾸 가고 당신이 그리워 마을 앞에 나와

[11월의 노래] -김용택- 해 넘어가면 당신이 더 그리워집니다 잎을 떨구며 피를 말리며 가을은 자꾸 가고 당신이 그리워 마을 앞에 나와 산그늘 내린 동구길 하염없이 바라보다 산그늘도 가버린 강물을 건넙니다 내 키를 넘는 마른 풀밭들을 헤치고 강을 건너 강가에 앉아 헌 옷에 붙은 풀씨들을 떼어내며 당신 그리워 눈물 납니다 못 견디겠어요 아무도 닿지 못할 세상의 외로움이 마른 풀잎 끝처럼 뼈에 스칩니다 가을은 자꾸 가고 당신에게 가 닿고 싶은 내 마음은 저문 강물처럼 바삐 흐르지만 나는 물 가버린 물소리처럼 허망하게 빈 산에 남아 억새꽃만 허옇게 흔듭니다 해 지고 가을은 가고 당신도 가지만 서리 녹던 내 마음의 당신 자리는 식지 않고 김 납니다

모리아/시 2024.11.20

[낙엽] -레미 드 구르몽-   시몬, 나무 잎새 져버린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낙엽]-레미 드 구르몽- 시몬, 나무 잎새 져버린 숲으로 가자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낙엽 빛깔은 정답고 모양은 쓸쓸하다낙엽은 버림받고 땅 위에 흩어져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해 질 무렵 낙엽 모양은 쓸쓸하다바람에 흩어지며 낙엽은 상냥히 외친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발로 밟으면 낙엽은 영혼처럼 운다낙엽은 날갯 소리와 여자의 옷자락 소리를 낸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가까이 오라, 우리도 언젠가는 낙엽이리니가까이 오라, 밤이 오고 바람이 분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모리아/시 2024.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