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십년을 뭐라 부르리까
- 이진명
애 낳고 싱크대 앞에 선 지 십년, 이 십년이 가시겠다는데 뭐라 부르리까. 애기라 하리까 늙은이라 하리까. 왼 발목이 특히 말할 수없이 아팠을니 왼 발목이라 부르리까. 습포찜질 적외선 흡열 안, 안, 안티프라민이라 부르리까. 침 뜸 부항 그따위라 부르리까. 가긴 십년, 열십자 녹십자 적십자야. 씹고 씹은 씹년. 음식물쓰레기 국물 질질흘리는 이 십년은 시간이 아니다. 신발이다. 양말짝이다. 미시시피다. 자주자주 섬뜩했는데 불만이 많아 뚱한 애기야. 꿈이 많아 멍한 늙은이야. 신발장의 신발이란 다 후질러놓고. 마지막 빈대떡까지 간장에 찍어 먹고. 하나 둘 셋 욕심 열을 다 채웠으니 십년. 강산도 변한다는데. 십년. 면벽의 한 소식도 온다는데. 십년 사직을 몽땅 행주 속에 묻고. 지지했지만 허랑하게도 십년이 가신다더라. 도대체 가긴 가는 이 십년을 뭐라 부르면 좋으리까. 허공중의 말고래. 하하, 용마의 비늘이라 부르리까. 말도 안되는 胡亂(호란) 십년. 썩은 고려 宮趾(궁지), 池(지)의 한 잎 눈커풀이라 부르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