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아/삶

첫 마음 - 정채봉 1월 1일 아침에 찬물로 세수하면서 먹은 첫 마음으로 1년을 산다면,

ree610 2025. 1. 6. 08:48

첫 마음

                - 정채봉

1월 1일 아침에 찬물로 세수하면서
먹은 첫 마음으로 1년을 산다면,

학교에 입학하여 새 책을 앞에 놓고,
하루 일과표를 짜던
영롱한 첫 마음으로 공부를 한다면,

사랑하는 사이가,
처음 눈이 맞던 날의 떨림으로
내내 계속된다면,

첫 출근하는 날,
신발 끈을 매면서 먹은 마음으로
직장일을 한다면,

아팠다가 병이 나은 날의,
상쾌한 공기 속의 감사한 마음으로
몸을 돌본다면,

세례 성사를 받던 날의 빈 마음으로
눈물을 글썽이며 교회에 다닌다면,

나는 너, 너는 나라며 화해하던
그날의 일치가 가시지 않는다면,

여행을 떠나는 날,
차표를 끊던 가슴 뜀이 식지 않는다면,

이 사람은 그때가 언제이든지
늘 새 마음이기 때문에

바다로 향하는 냇물처럼
날마다가 새로우며,
깊어지며 넓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