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아/시

가을 - 유안진 - 이제는 사랑도 추억이 되는구나 꽃내음 보다도 마른풀이 향기롭고 함께 걷던 길도 홀로 걷고 싶어라 침묵으로 말하면

ree610 2024. 9. 12. 07:23

[가을]

-유안진-

이제는 사랑도 추억이 되는구나

꽃내음 보다도 마른풀이 향기롭고
함께 걷던 길도 홀로 걷고 싶어라
침묵으로 말하면
눈 감은 채 고즈넉이 그려 보고 싶어라

어둠이 땅속까지 적시기를 기다려
비로소 등불 하나  켜 놓고 싶어라

서 있는 사람은 앉아야 할 때
앉아서 두 손안에 얼굴을 묻고 싶은 때

두귀만 동굴처럼 길게 열리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