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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판례백선>을 출간하며 68명의 학자, 법조인들이 합력하여 <교정판례백선>을 썼습니다. 교도소, 구치소에서의 인권상황도 점검하고, 헌법과

ree610 2024. 9. 9. 14:03

<교정판례백선>을 출간하며

68명의 학자, 법조인들이 합력하여
<교정판례백선>을 썼습니다.
교도소, 구치소에서의 인권상황도 점검하고, 헌법과 인권이 교정분야를 어떻게 바꾸어왔는가를 알 수 있을 것이고,
미흡한 점은 미래개혁의 초점으로 삼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읽기 쉽고, 명료하게, 그리고 현재뿐 아니라 미래지향적 글들이 될 수 있도록 힘썼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수십년 밀린 숙제를 같이 힘모아 해낸 기분이!!
이 책의 발간 자체가, 교정인권수준을 중간점검하고 더 나아갈 수 있는 디딤돌이 되기를 바랍니다. 집필, 편집, 수고하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다음은 서문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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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동안 교정 분야는 인권의 빛이 비추어져야 할 가장 절실한 분야임에도 헌법 및 인권과 상극지대로 여겨져 왔다. 권위주의 정권 하에서의 교정 분야는 행형법, 교도소라는 명칭에도 불구하고 감옥법, 감옥으로 통칭되어 왔을 만큼 문제투성이였다.
헌법과 인권은 감옥 담을 넘어가지 못하고, “감옥은 인권의 사각지대”라는 말이 통용되었다. 누구든 감옥 문을 들어서면 그때부터 시민들이 당연히 누릴 수 있는 권리는 유예되고, 행형의 문제에 대해 사법심사의 문을 두드리기도 어려웠다. 두터운 담벽과 감방 속에서 수형자는 교정당국의 일방적인 지배-복종관계에 편입된다는 소위 특별권력관계론이 득세한 것이 교정 분야였던 것이다. 그 시대에는 수용자의 인권을 주장하며 헌법적, 사법적 구제를 시도한다는 발상 자체가 어려웠다. 따라서 교정 분야의 법리와 판례 형성이 제대로 될 리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한 상황을 일변시킨 계기는 1987년 헌법개정과 민주헌정체제의 수립이다. 1990년대 초기에 들어 변호사들이 헌법소원을 통해 기존의 억압적 법령 및 관행에 도전했을 때, 헌법재판소는 적극적으로 반응했다. 헌법재판소는 1992년 변호인의 미결수 접견시 교도관 참여는 위헌이라는 위헌결정을 필두로, 미결수에 대한 사복착용권을 인정했고, 수갑 및 포승시용에 대한 위헌 확인확인하는 등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2010년대에 들어와서는 수용자에 대한 선거권 제한이 위헌 혹은 헌법불합치라 판정하여 수용자의 참정권을 확장하고, 더 나아가 지나친 과밀수용은 인간존엄성을 침해하므로 위헌이라는 적극적 결정을 내렸다. 물론 행형법, 형집행법의 조항에 대한 대부분의 헌법소원은 위헌.헌법불합치보다는 합헌.기각.각하 결정으로 귀결되고 있다. 하지만 그런 결정에서도, 적어도 교정의 모든 문제가 헌법적 심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분명히 하고 있다. “헌법과 교도소 사이에 어떤 철의 장막(iron curtain)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명제는 거듭 확인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일단 합헌.기각 결정이 내려져도 그에 대한 지속적인 도전을 통해, 얼마 안가서 위헌이나 헌법불합치로 반전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교정 분야에서 인간존엄성을 실현하려는  법조인들은 헌법재판을 주요한 수단으로 활용해 오고 있다.

  두 번째 주요한 계기는 국가인권위원회를 통한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당초 그 업무범위 중의 하나로 “인권침해행위에 대한 조사와 구제”, “인권상황에 대한 실태조사”를 포함하고 있었고, 구금.보호시설에 대한 방문조사를 하고, 인권침해에 대한 구제조치 및 징계 등을 권고할 권한을 갖고 있다. 수용자의 처우와 인권침해 관련 진정과 상담의 처리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일상적 업무이고, 그런 과정에서 위원회는 개별 사건의 조사. 해결 뿐 아니라 법적 지침이 될만한 많은 결정례를 만들어오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법률을 중심으로 다룬다면, 국가인권위는 교정의 현실에 더 밀착하여 돋보기를 들이대고 살피는 셈이다.
  이러한 추세에 적응하여, 사법부에는 교정 관련 사건들이 밀려든다. 법원은 수용자의 권리침해를 확인하고 주로 국가배상 혹은 위자료 재판을 통해 교정의 구체적 현실에 사법심사를 행하고 있다. 수많은 판례의 집적을 통해, 이제 모든 수용자는 헌법 및 법률상의 기본권 향유의 주체이고, 그에 대한 자유 제한은 필요최소한도에 그쳐야 하며, 그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해서는 안된다는 점이 거듭 확인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저절로 일어난 것이 아니라, 수많은 법조인과 법률가 및 수용자들, 시민활동가들의 법적 문제 제기로 인해 가능해진 것이다. 다시 말해 현재에 이르는 수많은 변화와 개선은 지난 몇십년간의 법조인과 수용자, 그리고 그를 지원하는 시민들과 전문가들의 노력의 산물로써 정당하게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시대 흐름에 맞추어, 우리는 교정 분야를 대표할 만한 헌법재판소, 법원, 국가인권위의 판례를 여러 차례의 논의를 통해 선별했다. 위헌. 헌법불합치. 불법으로 판정난 사안 뿐 아니라, 합헌. 합법으로 종결된 사안도 그 비중에 따라 포함시켰다. 본서에 포함된 사례는 헌재 결정 62건, 법원 판결 56건, 인권위 결정례 7건이다. 편집위원들이 토의하면서 주로 선정하였으나, 집필의뢰를 받은 전문가들이 추가. 변경 의견을 낸 것도 적극 반영했다. 처음엔 판례‘백선’을 기획했으나, 이러한 피드백을 거쳐가며 최종적으로 본서에 수록된 것은 모두 125건이 되었다. 하지만 당초의 생각대로, 엄선의 원칙은 견지하고자 했다.

  서술방식은 사실관계, 결정요지, 해설, 참고문헌의 순으로 정했다. 처음엔 판례의 정리. 소개를 하면 된다고 생각했으나, 현재까지의 판례에서 미흡한 점이 적지 않게 노출되었기에, 기존 판례의 비평과 새로운 관점을 부각시키는 방향으로 진일보시키고자 했다. 따라서 본서는 단순 판례의 요약 소개 수준을 넘어서 교정법 및 교정판례를 살펴보는데 일정한 방향성을 시사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본서의 출간에 이르도록 자료수집, 기획, 편집작업에 관여한 편집위원들은 강성준, 금용명, 김대근, 김현성, 남승한 박경용, 좌세준, 한인섭 등이다. 편집위원들은 각기 변호사, 교수, 전문연구자, 인권활동가들로써의 지식과 경험을 교환하면서 긴밀하게 소통해 왔다.
또한 이 초유의 작업을 위해 기꺼이 출판을 맡아주신 박영사와 편집실무에 수고해주신 장유나 님께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 이 책 발간을 계기로 정례적으로 판례연구회를 열어, 더 풍부한 내용의 개정판으로 독자와 또다시 만날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2024년 7월
편집위원회를 대표하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한인섭 교수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