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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채호는 왜 "강도 일본"으로 늘 시작했을까?] 신채호 선생의 <조선혁명선언>은 우리 독립운동사에서 가장 웅장하고 힘있는 선언서입니다..

ree610 2024. 8. 14. 07:36

[신채호는 왜 "강도 일본"으로 늘 시작했을까?]
신채호 선생의 <조선혁명선언>은 우리 독립운동사에서 가장 웅장하고 힘있는 선언서입니다. 의열단의 선언문이기도 하지요. 신채호는 거기서 일본을 지칭할 때 한결같이 "강도 일본"이라 썼습니다.

"강도 일본이 우리의 국호를 없이 하며, 우리의 정권을 빼앗으며, 우리 생존적 필요조건을 다 박탈하였다...."(첫 문장)
"강도 일본이 헌병정치·경찰정치를 힘써 행하여 우리 민족이 한발자국의 행동도 임의로 못하고, 언론·출판·결사·집회의 일체의 자유가 없어 고통의 울분과 원한이 있어도 벙어리의 가슴이나 만질 뿐이오, 행복과 자유의 세계에는 눈뜬 소경이 되고, ..."
"강도 일본이 우리의 생명을 초개(草芥)로 보아, 을사 이후 13도의 의병나던 각 지방에서 일본군대의 행한 폭행도 이루 다 적을 수 없거니와, 즉 최근 3·1운동 이후 수원·선천 등의 국내 각지부터 북간도·서간도·노령·연해주 각처까지 도처에 거민을 도륙한다, 촌락을 불지른다, 재산을 약탈한다..."
그리고 마지막은 "강도 일본의 통치를 타도하고, 우리 생활에 불합리한 일체 제도를 개조하여, 인류로써 인류를 압박치 못하며, 사회로써 사회를 수탈하지 못하는 이상적 조선을 건설할 지니라. 1923년 1월 의열단"

신채호가 굳이 늘 "강도 일본"이라고 한 뜻을 생각해봅니다.
1910년 강도가 우리 본가를 빼앗고, 문패를 대일본제국으로 바꿔달았습니다. 조선땅에 있는 모든 것을 자기 일본의 것으로 우기고, 말 안들으면 죽이고 감옥에 쳐넣고 짐승처럼 다룹니다.
그에 대해 항의라도 하는 것은 목숨을 거는 것이기에 평소에 늘 항의하기도 쉽지않고, 대외적으로 항의도 쉽지 않았습니다. 일본과 비슷한 다른 강도들, 제국주의 열강도 비슷한 짓을 다른 영토에 대해 하면서, 열강들끼리 조약 만들어 국제법적으로 정당하다고 간주해버리기 때문입니다.

- 그러나 일제가 아무리 강박하고 제도화한다고 해서, 우리 땅이 일본땅이고, 우리 주권이 일본주권이겠습니까. 강도가 주인 노릇한다고, 강도가 주인되는 게 아닙니다.
-강도는 어디까지나 강도입니다. A누가 B의 집을 강제로 빼앗고 A명의의  문패를 걸었다고 해서, 그 집이 A의 집으로 생각할 수 있겠습니까? 짓눌려 항의한번 못해도 그 집은 처음부터 끝까지 B의 집입니다.

-일제시대 조선인의 국적이 어디냐? 일본여권 가졌을 것 아니냐...그러니 <일본 국적> <일본신민>인 것은 사실 아니냐고 오히려 반문하는 자들이 있습니다.
-신채호 선생은 이런 자들을 겨냥해서 일침을 놓은 것입니다. 일제는  강도이고, 강도집단이야. 강도집단들이 장악해서, 통행증이니 여권이니 주고 거기에 대일본제국증을 소지하고 다닌다고 해서, 우리 입장에서 일본신민이 되는 것을 승인한게 아니야. 어떤 경우든 강도가  주인 될 수 없고, 일본것이라고 주장하는 게 우리 입장에서 보면 다 강탈당한 장물일 뿐이야.
-그럼 안중근, 김구는 일제 입장에서 보면 범죄자고 테러리스트이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일제의 국가범죄.체재범죄를 응징하는 정의의 행동이고, 모든 게 정당방위 정당행위인 게야. 오히려 일제의 소위 합법적 지배권력이 행한 법적행위가 죄다 강도(집단), 범죄집단의 범행이란 말이야.
-범죄자, 테러리스트는 <강도 일본>이고, 이에 저항하는 모든 행동은 혁명적 저항권이고, 폭력도 당연합니다. 조선혁명선언의 결구를 다시 봅시다.

"다시 말하자면 〈고유적 조선의〉 〈자유적 조선민중의〉 〈민중적 경제의〉 〈민중적 사회의〉 〈민중적 문화의〉 조선을 건설하기 위하여 〈이족통치의〉 〈약탈제도의〉 〈사회적 불평등의〉 〈노예적 문화사상의〉 현상을 타파함이니라. 그런즉 파괴적 정신이 곧 건설적 주장이라. 나아가면 파괴의 〈칼〉이 되고 들어오면 건설의 〈깃발〉이 될지니, 파괴할 기백은 없고 건설하고자 하는 어리석은 생각만 있다 하면 5백년을 경과하여도 혁명의 꿈도 꾸어보지 못할지니라. 이제 파괴와 건설이 하나요 둘이 아닌 줄 알진대, 민중적 파괴 앞에는 반드시 민중적 건설이 있는 줄 알진대, 현재 조선민중은 오직 민중적 폭력으로 신조선(新朝鮮) 건설의 장애인 강도 일본 세력을 파괴할 것뿐인 줄을 알진대, 조선민중이 한 편이 되고 일본강도가 한 편이 되어, 네가 망하지 아니하면 내가 망하게 된 〈외나무다리 위〉에 선 줄을 알진대, 우리 2천만 민중은 일치로 폭력 파괴의 길로 나아갈지니라."

한인섭 교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