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아/시

오월 아침 -도종환- 찔레꽃이 핀 아침입니다 하늘색 옷을 입고 할머니와 함께 유치원 가는 아들의 뒤를 따라 출근을 합니다.

ree610 2024. 5. 1. 06:41

[오월 아침]

-도종환-

찔레꽃이 핀 아침입니다
하늘색 옷을 입고 할머니와 함께
유치원 가는 아들의 뒤를 따라 출근을 합니다.

돌틈에 자라는 풀
한창 푸르게 크는 밤나무 잎
새로 오랜만에 푸르게 내려앉은 하늘을 보며 자꾸만 뒤를 돌아다보는 아이에게
어서 가자고 손짓을 하며
어제 죽은 또 한 사람의 젊은이를 생각합니다.

찔레꽃이 피고 나뭇잎이
마음대로 자라는 해마다 오월은
푸른 아침과 함께 오건만
아직도 목숨을 건 싸움은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되찾아야 할 것들을 목놓아 부르며
하늘 한 중턱에 목숨을 꽂는 사람들과
이미 던질 것을 다 던진 마음으로
아직 살아서 싸우는 사람들의
끝나지 않은 오월의 아침을 걸어갑니다.

그 많은 죽음들 때문에
꼭 부활을 생각케 하는
죽은 자에게도 산 자에게도 잊혀질 수 없는
또다시 찔레꽃 피는 오월의 아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