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아/시

계획을 지우고 비움을 세운다

ree610 2024. 2. 12. 07:42

[계획을 지우고 비움을 세운다]  

- 박노해 -

새해가 오는 밤에
계획을 지운다

일 년을 꽉 채우려 한
크고 작은 계획들을
하나 둘 지운다

내 몸은 너무 지쳐있다
나는 너무 열심히 달렸고
내 영혼은 너무 숨가쁘다

새해가 오는 밤에
계획을 지운다

긴 호흡을 가다듬고
먼저 비움을 환히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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