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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가 사악해질 때

ree610 2023. 8. 31. 09:29

 

타락한 종교의 다섯 가지 징후

『종교가 사악해질 때』는 종교가 사악해지는 다섯 가지 징후에 대해 깊이 있게 다룬다.

첫째, 우선적으로 위험신호는 자기들만이 절대적인 진리를 알고 있다고 주장하는 현상이다. 이 과정에서 경전의 오용과 악용이 빈번히 일어난다. 경전에서 자신들이 이용할 만한 일부 구절만 가려 뽑아 그것을 절대 진리라 주장하면, 그 종교는 타락할 가능성이 매우 커진다. 악이 고개를 들 수 있음을 경고하는 첫 번째 징후다. 진리에 대한 인간의 시각은 역동적이고 상대적임을 받아들여야 한다.

  둘째, 맹목적인 복종을 요구하는 현상이다.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 스스로 생각하려는 노력을 멈출 때, 종교 지도자가 사람들의 합리적인 의문을 억누를 때 커다란 위험이 생겨난다. 맹목적인 복종을 요구하는 종교는 오히려 스스로 타락했음을 증명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저자는 “진정한 종교는 존재의 수수께끼와 불완전한 세상에서의 삶이라는 과제를 가지고 씨름하는 사람들의 지적인 면을 끌어당긴다”고 말하며 다음과 같은 부처의 말을 인용한다.

“남에게서 들은 얘기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전통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며, 책 속에 있는 말이라거나 너희들의 믿음과 일치한다거나 너희 스승의 말이라고 해서 어떤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지도 말라. … 너희가 스스로 등불이 되어라. … 지금이든 내가 죽은 후든 자신만 의지하며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도움을 구하지 않는 사람, 바로 그런 사람이 가장 높은 곳에 이르게 될 것이다.” (173쪽)

  셋째, ‘이상적인’ 시대를 확립하려는 태도다. 희망적인 미래에 대한 욕구 자체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특히 모든 종교는 뭔가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이상적인’ 시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꿈꾸는 이상을 특정 종교의 세계관과 연결하고, 그 비전을 실행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신의 뜻을 안다고 확신한다면, 재앙이 일어날 조건이 갖춰진다. 이상적인 사회를 편협하게 정의하고 자기들이 신의 대리인으로서 신정을 확립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을 경계해야 한다.

  넷째, 모든 수단을 정당화하는 것이다. 정당한 방법으로 종교적 목표를 실현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숭고한 목적만을 강조하며 모든 수단을 정당화한다면 이미 타락한 종교가 된 것이다. 이 장에서 저자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인물을 다시 한번 조명한다. 기존의 정치 체제와 종교 제체에 저항하면서, 종교적 진리에 대한 자신의 깨달음을 바탕으로 영국의 식민 통치에 반대하는 비폭력 혁명을 이끌었으며, 힌두교의 카스트 제도를 거부하고 그 제도의 폐지에 기여한 ‘마하트마 간디’다. 그는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목적과 상충되는 수단을 택하는 것을 결코 허락하지 않았다.

  다섯째, 종교의 이름으로 전쟁을 선포하는 현상이다.
세상 만물의 평화로운 공존에 대한 종교의 가르침을 실천하기는커녕, 이기적인 명분으로 전쟁을 ‘거룩하다’고 선포하는 것은 종교가 타락했다는 명백한 징후다. 진정한 종교의 핵심에는 항상 평화의 약속이 자리하고 있다. 신자들의 내적인 평화에 대한 약속, 그리고 다른 창조물들과 평화로운 공존을 꾀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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