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해병대 교육 훈련단

ree610 2023. 6. 17. 07:57

'누구나 해병이 될 수 있다면 나는 결코 해병대를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에서처럼, 해병대는 직접 선택하여서, 엄격한 면접과 심사를 통하여 합격을 할 수 있다. 하지만 해병대에 입대하였다고 해서 누구나 해병대 장병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엄격한 해병대교육훈련단의 교육 훈련 프로그램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별히 총 7주 과정의 엄격한 훈련 과정에서 6주 차는 '극기주'라고 불린다. 극기주는 신체적, 정신적 한계를 뛰어넘는 극한의 훈련을 한다. 산악훈련, 주야간 연속 완전무장행군, 각개전투 훈련이 진행되며 식사 시간, 수면시간을 제한하여 극한 상황에서의 인내력을 시험한다. 가장 힘든 이 극기주에, 훈련병들에게 누가 가장 필요할까?

참호 속에 무신론자가 없다는 말이 있다. 즉 극한의 정신적, 신체적 고통이 있을 때에는 누구나 하나님을 찾고, 갈망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극기주 기간에 최대한 장병들과 함께 하고자 한다. 물론 모든 훈련 프로그램에 함께 참여할 수는 없지만, 극기주 기간 중에서도 가장 힘든 완전 무장 행군 때 함께 행군지인 천자봉을 정복한다. 특별히 이들을 위해 중간에 휴식을 하는 곳에 위문품을 준비해 놓는다. 겨울철에는 초코파이와 초콜릿바, 여름철에는 시원한 음료와 아이스크림을 준비한다. 거기에서 위문을 하고, 무사행군과 안전을 위해 기도, 격려의 말을 한다. 훈련병들 입장에서는 최대한 격려의 말을 길게 하면 좋다. 그 이유는, 중간에 잠깐이라도 오래 쉴 수 있기 때문이다. 위문 후 함께 훈련병들과 정상까지 올라간다. 지친 훈련병들을 위해 기다려주기도 하고, 함께 대화하기도 한다.

초코파이, 아이스크림. 민간에 있을 때에는 값어치가 큰 물품들이 아니다. 하지만 이 극기주에서는 그 어떠한 것보다 꿀과 같은 달콤한 맛이다. 할렐루야! 훈련병들의 함성이 천자봉 전체를 흔든다. 어떤 훈련병들은 몰래 와서 저에게 안아달라고 하고, 따로 기도해달라고 부탁을 한다. 어떤 훈련병들은 교회에 나가지 않았지만, 행군을 하며 마음 속으로 기도했고, 이제 교회에 나가겠다고 다짐한다. 이러한 고백을 들을 때 마음이 울컥하고, 가슴이 벅차다. 마음 속으로 기도한다. '하나님, 저를 사용하여 주시니 감사합니다.'

천자봉 행군을 마치고 다음 날에는 민간교회와 협력하여 800명 내외의 훈련병들을 위하여 세례식 및 축복기도를 베푼다. 한 명, 한 명을 위하여 간절히 세례를 베풀고, 축복기도를 한다. 어떤 훈련병들은 세례와 기도를 받고 울기도 한다. 어떤 훈련병들은 부모가 교회로 끌고 온 것처럼 귀찮은 표정을 짓기도 한다. 하지만 하나님의 계획과 방법이 각각의 훈련병들에게 있음을 믿음으로 고백한다.

필자는 현재 만 2년 동안 해병대교육훈련단교회에서 군선교를 하고 있다. 함께 천자봉을 정복하고, 위문하며, 다음 날 민간교회와 협력하여 세례식까지 임무수행하며 함께 극한의 한 주를 보내 육체적으로는 많이 지치지만, 그 어느 때보다 감사하고 행복한 한, 은혜의 한 주이다.

민재원 목사 / 해병대교육훈련단교회·해군 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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