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아/법

김현성 판사의 ‘이혼 주례사’

ree610 2023. 4. 10. 17:54

판사의 ‘이혼 주례사’… 4가지 당부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지요. 두 분, 어떤 이유로 이혼하게 되었는지, 누구 때문에 그리되었는지 더는 따지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부부로서의 연은 오늘까지인데 더 캐물어서 남을 게 있겠습니까. 하지만 부모, 엄마, 아빠로서의 역할은 앞으로도 계속하셔야 합니다. 몇 가지 당부의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엄마와 아빠가 왜 따로 살아야 하는지 아이가 이해할 수 있도록 충분히 설명해 주세요. 상대방을 비난하거나 엄마 또는 아빠가 잘못해서 이혼했다는 말은 절대 하지 마세요. 혹여 그것이 사실이라도 아이가 모두 알아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부모의 이혼을 경험한 아이는 부정, 분노, 우울, 과성숙, 버림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 같은 정서를 경험합니다. 아이가 부모의 이혼을 받아들이고 씩씩하게 지내더라도 어떤 형태로든 결핍이 있을 수 있으니 양육친께서는 전보다 세심하게 아이를 돌보셔야 합니다. 아이가 자신의 마음을 잘 표현하고, 부정적 감정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비양육친께서는 아이가 당장 눈앞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엄마 또는 아빠의 역할이 끝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하세요. 아이를 규칙적으로 자주 만날 수 있도록 약속하고 그 약속을 꼭 지키세요. 양육친께서도 아이와 상대방이 잘 만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지지해주세요.

비양육친께서는 정해진 양육비를 제날짜에 주셔야 합니다. 사정이 허락하면 더 주셔도 좋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아이를 키우는 데 많은 노력과 비용이 듭니다. 양육비는 상대방이 아니라 내 아이를 위한 것임을 잊지 마세요.

한 개인의 삶에서 혼인이 그랬던 것처럼 이혼도 중요한 순간입니다. 건강한 이혼이 이루어지면 그 전보다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매일같이 싸우는 부모를 보며 자라는 것보다, 행복하게 사는 엄마와 아빠를 따로 보는 것이 아이의 정서와 성장에 더 좋을 수 있습니다. 부디 행복하시고, 아이에게 좋은 모습만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지난해 협의이혼이나 재판상 이혼을 거쳐 신고된 이혼 건수는 9만3200건이다. 그중 미성년 자녀가 있는 부부의 이혼은 3만8900건으로 전체 이혼의 41.7%를 차지하고, 부모의 이혼을 경험한 미성년 자녀의 수는 6만 명이 넘는다.


김현성 판사(대구가정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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