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아/길

벌레 먹은 희망으로

ree610 2022. 10. 19. 07:10

 

벌레 먹은 희망으로

ㅡ  박노해

텃밭에 심은 배추를 뽑아
대충 씻어 쌈을 싸먹는데
배추 벌레 한 마리
늘씬늘씩 기어간다

하 고놈 참 이쁘다
고맙다
너 아직 살아 있구나
그냥 눈물이 난다

흠집 하나 없는 아주 매끈한 배추처럼
벌레 하나 법접 못하게 혹독하게
인간의 욕망을 죽이던 시철이 있었다

내 언 몸 속 죽은 듯한
배추벌레를 눈뜨며 꿈틀댄다

아 나 살아 있다
이리 푸르른 속울음으로
벌레 먹은 희망으로 나 살아 있다

 

'모리아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금  (0) 2022.10.24
득도  (0) 2022.10.19
소중한 내 인생  (0) 2022.10.17
부활하신 예수께서  (0) 2022.10.13
그런 길은 없다  (0) 2022.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