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예된 시간
잉게보르크 바하만
보다 혹독한 날들이 다가오고 있다.
판결의 파기로 유예된 시간이
지평선에 보이게 되리라.
이제 곧 그대는 구두끈을 조여매고
개들을 늪지로 쫓아버려야 한다.
물고기의 내장들은
바람에 맞아 차갑게 식어버렸으니.
초라하게 루핀의 빛이 타오르고 있다.
그대의 시선이 안개 속에 궤적을 남기니,
판결의 파리하고 유예된 시간이
지평선에 보이게 되리라.
저편에서 그대의 연인이 모래에 묻혀 가라앉고 있다.
모래는 그녀의 나부끼는 머리칼까지 솟아오르고,
모래는 그녀의 말을 가로 막아
침묵하라고 명령한다.
모래는 그녀가 죽어가고 있음을,
모든 포옹 뒤
기꺼이 이별을 감수하고 있음을 보고 있다.
뒤돌아보지 말라.
그대의 구두끈을 조여 매라.
개들을 쫓아 보내라.
물고기를 바닷속에 던져 버려라.
루핀의 빛을 꺼버려라!
보다 혹독한 날들이 다고오고 있다.
'모리아 >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젊은 시인에게 주는 충고 (0) | 2021.03.11 |
---|---|
사람을 만나러 간다 (0) | 2021.03.10 |
봄의 말 (0) | 2021.03.09 |
기독교 시인들의 4·19 (0) | 2018.05.12 |
시 128편 (0) | 2017.08.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