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

덴마크 스반홀름공동체

ree610 2017. 4. 29. 19:48
덴마크 스반홀름
더불어 살되 개인 자유는 최대한 누려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55km 떨어진 스반홀름공동체. 먼 동쪽 나라 한국에서 처음 오는 손님을 맞기 위해 인정많은 예트 아줌마는 차를 몰고 로스컬터역까지 마중을 나왔다. 

어디고 높낮이 없이 평지뿐인 덴마크 평원을 40여분 달리자 드디어 스키비 마을의 스반홀름 공동체가 나타났다. 어귀에 들어서자 널따란 잔디밭 양쪽으로 공동체의 식당과 하얀 유치원 건물이 늘어서 있고, 잔디밭 끝으로 마치 고성과 같은 거대한 집이 서 있다. 이 공동체가 1978년 설립돼 이곳에 터를 잡을 때 사들인 250년 된 고택이다. 스반홀름은 이 집을 중심으로 2km 떨어진 학교, 농장 뒤 빌라 등에 어른 65명, 아이 42명 등 모두 107명이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ㄷ자형의 집 뒤에도 잔디밭과 숲이 어우러져 있고, 호수에선 거위 2마리가 평화롭게 노닐고 있다. 공동체 들머리에선 몽골식 텐트 밑 잔디에서 '아이들의 천국'답게 티없이 맑은 아이들이 그네를 타고 논다. 

아침 8시에 일터로 향했던 사람들은 낮 12시가 되자 공동 식당으로 몰려든다. 아침 식사는 각자의 집에서 하지만, 점심과 저녁은 공동식당에서 함께 한다. 죽은 나뭇가지 장식을 걸쳐 분위기를 살린 식탁 위엔 보기에도 먹음직스런 진수성찬이 펼쳐져 있다. 뷔페식 음식을 접시에 담아 자리를 잡고 일부는 식당 밖 잔디 위 식탁에서 식사를 한다. 남녀가 자연스레 어울릴 뿐 아니라, 남자끼리, 여자끼리도 정겨운 대화의 모습이 눈에 띈다. 젊은이들은 식사 뒤 커피를 마시며, 담배를 피운다. 순박한 티가 흐르면서도, 자유를 호흡하는 느낌이다. 

이들은 모든 공동체 가족들이 참여해 크고 작은 일들을 결정하는 매주 화요일 공동체 모임 외에도 월요일엔 신입회원 모임을, 목요일엔 체조모임 등을 연다. 

그러나 저녁시간은 주로 개인적으로 보내거나 가족끼리 보낸다. 개인의 삶을 중시하는 이 공동체에선 누구에게나 방 하나씩을 주고 있다. 부부간이라 하더라도 각자의 방이 있다. 공동체성과 개인성을 적절히 추구하는 것이다. 

스반홀름에서 살려면 먼저 1주일 정도 함께 일하고 일단 집으로 돌아간 뒤 요청해야 한다. 공동체는 회의를 거쳐 일단 석달을 사는 것을 허용하고 그의 삶의 자세를 살펴 본 1년 뒤 그를 입회시킬 것인지를 최종 결정한다. 

스반홀름은 70년대 인간 소외를 넘어서, 삶을 공유하는 공동체를 가꾸자는 붐이 덴마크를 풍미할 때 '이상을 현실로 만들어보자'는 한 부부의 제안으로 결성됐다. 

이들은 넓은 땅에서 밀과 채소, 과일 등을 재배하기 위해 열심히 땀을 흘리지만, '일을 위한 삶'과 '삶을 위한 일'을 바꾸지는 않는다. 평일 아침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주 40시간 일하고, 토요일과 일요일은 쉰다. 워낙 눈이 많이 내려 농사일을 할 수 없는 12~2월의 3개월간도 휴식기다. 

이곳은 무소유 공동체로 일단 들어오면 모든 조건이 같아져 버리지만, 개성까지 같아질 것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어느 곳보다 개인의 자유가 중시된다. 

따라서 술과 담배는 물론 동성애까지도 자율에 맡긴다. 한 거주자는 "이곳에도 동성애자가 공동체 밖의 비율만큼은 있겠지만, 그런 것에 일일이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일의 배분도 각자의 능력이나 적성 또는 희망을 존중해 처리한다. 다만 문제가 생겼을 때만 모든 공동체 가족이 나서 적극적으로 돕는다. 얼마 전에는 알코올 중독에 걸린 회원을 치료해 완치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개인의 자유가 존중되면서도 공동체성을 유지하기란 말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들은 이를 "낙타의 털을 삼키는 것"이라고 말한다. 공동체를 위해 개인의 생각을 꺾는 고통을 감내한다는 의미다. 모든 일을 끊임없는 토론을 통해 만장일치로 결정하는 이들은 다른 사람의 의견을 잘 듣고 양보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여긴다. 
이들은 종교나 인종에 상관 없이 누구나 함께 살 수 있고, 어떤 신념도 강요하지 않는 자유스런 마을을 가꾸려 애쓴다. 
"이곳은 어떤 종교도, 신념도 없다, 모든 것은 개인의 자유다. 공동체성을 유지시켜주기 위한 교육도 없다. 지도자도 없고, 지도자를 뽑으려고 하지도 않는다." 농산물 유통일을 하는 폴은 "모든 사람에게 균등하게 기회가 주어지느냐가 우리의 관심사"라고 말했다. 

이곳은 이처럼 공동체성의 유지를 위해 어떤 특별한 것도 갖고 있지 않다. 다만 각자가 최대한 자유를 누리며 각자가 '남과 더불어 살 수 있을만큼' 스스로를 규제하고 있을 뿐이다. 
www.ecovillages.org/denmark/svanholm 
스키비(덴마크)/글.사진 조현 기자 cho@hani.co.kr 
(한겨레신문 2001년 10월 11일자)

스반홀름 어떤곳 

스반홀름 공동체에는 일단 들어오면 모든 조건이 같아진다. 이곳에서 개인은 무소유다. 어른 65명 중 3분의 1 가량은 공동체 밖에서 일하는데, 이들도 수입을 모두 공동체에 내놓는다. 

이들의 수입과 이곳에서 농산물 판매로 번 돈으로 공동체 가족들이 생활한다. 공동체 전체 수입은 연간 300만~350만크로네(한화로 5억원 안팎) 정도다. 이 가운데 절반쯤인 150만~200만크로네를 지출하고 나머지는 장기적인 재투자를 하고 있다. 주로 트랙터와 포장 기계 등 기계류를 구입하는 데 쓴다. 이들은 설립 이후 지금까지 3천만크로네를 모아 무려 440ha의 땅을 구입했다. 

스반홀름은 매년 가을 2~3일간 공동체 회의를 열어 1년 예산을 만장일치로 결정한다. 
이곳에선 개인에게도 용돈으로 매달 1210 크로네(우리 돈으로 20만원 정도)를 준다. 이 돈으로 외출할 때 교통비나 식사비로 사용하거나 안경 등 필수품을 사기도 한다. 만약 개인이 더 필요한 쓰임새가 있을 경우엔 석달 전에 예산을 신청한다. 그러면 공동체 회의에서 의논해 돈을 줄 것인지 결정한다. 

스반홀름에선 설사 밖에서 돈을 많이 벌어오는 사람일지라도, 공동체 안에서 경제적 조건은 똑같다. 그러나 공동체에서 나갈 땐 처음 들어올 때 내놓은 재산을 갖고 나갈 수 있다. 이것이 다른 무소유 공동체와는 다르다. 다만 나가기 1년 전에 자신의 의사를 밝혀야 한다. 입회하거나 탈퇴하는 유동인구가 매년 10% 가량 되는 것도 이런 제도가 유동을 좀 더 자유롭게 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조현 기자


 유기농부 보그 레솔
'인체에 좋은 먹거리 만들어 도시와 농촌 하나로'

"보통 농부는 일만 하고, 고립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인간은 함께 사는 것이 필요하다. 함께 살면서 함께 생산하고 함께 나누는 것이 좋다." 

농장일을 해온 보그 레솔은 대도시인 코펜하겐에서 태어났지만, 어려서부터 농사를 짓고 싶어 농업학교에 진학했고, 60년대에 타이에 유학해 목축업을 공부하기도 했다. 그는 시골에서 인체에 유해하지 않은 먹거리를 생산해 도시에 공급함으로써 농촌과 도시를 연결시킬 수 있다는 생각에서 스반홀름으로 향했다. 그는 다른 14명과 함께 농장일을 맡아 하고 있다. 

-유기농으로 생산하는 비율은? 
=1980년대 후반 독일의 산업폐기물과 불임 문제 등이 사회문제로 등장해 유럽연합이 유기농법안을 마련했지만, 덴마크에서도 전체 농산물의 6%만이 유기농으로 생산된다. 그러나 스반홀름에선 모든 농산물을 유기농으로 생산한다. 

-이곳의 농사 원칙은? 
=농산물을 어떻게 빨리 생산하느냐가 아니고, 왜 농산물을 생산하는지, 그것의 가치는 무엇인지, 어떻게 그것을 지속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곡물과 채소를 재배하는 이곳 230ha 흙의 재생과 생산-소비의 연결, 지구 자원의 보전이 스반홀름 유기농의 원칙이다. 

-기계조차 사용하지 않는 대안적인 농사를 하는 이들도 있는가? 
=기계를 안 쓰는 것이 이상적이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곳에선 어렵다. 생필품을 구할 소득을 얻기 위해선 기계를 쓸 수밖에 없다. 

-판로는 어떻게 하는가? 
=1년 내내 싱싱한 유기농 채소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스반홀름에서 생산된 것은 큰 슈퍼마켓에 공급해 그곳에서 조그만 가게로 분배한다. 

-공동체 안에서의 먹거리는? 
=겨울에 생산되지 않는 과일 등만을 사 먹거나, 빵을 만드는 인력이 없을 땐 빵을 사 오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농장에서 생산된 것으로 자급자족한다. 
조현 기자 
(한겨레신문 2001년 10월 11일자)


[이 기사의 자세한 내용은 <세계 어디에도 내 집이 있다>(한겨레출판 펴냄)에 있습니다.]